연인들이 밤하늘의 별을 가리키며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을 속삭이거나, 말을 할 수 없을 때에도 눈짓이나 손가락질로 원하는 목표물을 지시하는 것은 사람에게 기초적인 기호이다.
동물도 이러한 지시어를 쓸 수 있을까? 개는 반사적으로 날아가는 공을 쫓아 물고 오지만, 개가 발 하나를 들어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 것을 본 적은 없을 것이다. 사실상 자연에서 이 같은 지시 몸짓을 쓰는 동물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야생의 침팬지도 이 같은 지시어를 사용한다는 연구결과가 ‘현대 생물학(Current Biology)’ 21일자에 보고됐다.
영국 세인트 앤드류 대학 심리학과 시몬 파이카 교수와 미국 미시간 대학 인류학과 존 마이타니 교수는 아프리카의 우간다에서 서식하는 야생 침팬지들이 털고르기(grooming)를 해 달라는 의미로 지시 몸짓 언어를 활발히 주고받는 것을 관찰했다. 동물 중에서 이처럼 지시어를 사용하는 것이 알려진 것은 실험실에서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침팬지와 언어를 훈련한 원숭이 뿐으로 야생 영장류에서는 처음 보고된 것이다.
연구팀이 관찰한 침팬지의 지시어는 원숭이가 과장된 몸짓으로 몸 부위를 긁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이를 본 상대방은 곧 의미를 알아차리고, 원하는 부위의 털을 손질해 주었다는 것. 털고르기는 포유류에서 흔히 보이는 행동으로 새가 자기 부리로 털을 고르거나, 오랑우탄 고릴라 같은 영장류가 서로 털을 손질해 주면서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연구팀의 관찰에 따르면 이러한 지시어 사용은 249건의 털고르기 중 101건(41%)에서 181번이나 관찰되었을 정도로 아주 흔한 일이었다. 또한 이 몸짓을 본 상대방은 대부분(64%) 가리키는 곳을 긁어주기 시작했다.
야생 침팬지들이 몸 부위를 가리킬 줄 알고, 긁어주기를 기대하면서 이러한 언어를 쓴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결론적으로 이것이 지시와 상징의 언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영장류 연구자인 제인 구달은 영장류가 등을 보여 털고르기를 해달라는 의미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관찰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연구는 그보다 훨씬 구체적인 지시어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시어는 인지능력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신호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아차려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침팬지가 보여주는 이러한 언어능력을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 갖고 있는 정신적 속성의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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