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도심을 벗어나 달리다가 주변으로 강이나 호수 등이 펼쳐지면 “야, 좋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좁은 공간에서 운전하느라 고단해진 심신이 그새 활력을 얻는 느낌, 이것은 수변공간이 갖고 있는 미덕 중 하나다.
●물관리 일환 수변 토지 매수사업
미국의 환경심리학자 울리치는 수변공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 물이 흐르는 장면, 도시경관, 초목류가 자라는 자연 등 3가지 사진을 보여주고 신체반응을 살폈더니 몇분간 수변공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육체적 에너지 충전, 스트레스 감소, 공격성 감소에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이런 수변공간의 특성 때문인지 우리나라 4대 강 주변에는 개발욕구가 항상 도사리고 있다. 특히 상수원 인접지역까지 음식점 숙박업소 별장 등이 끊임없이 들어서 수질오염을 가중시킨다. 오염업소로 인한 상수원의 오염을 막기 위한 물관리 정책 중 하나가 바로 수변토지 매수사업이다.
2000년부터 올 2월 말까지 한강수계 142만평, 낙동강수계 111만평, 금강수계 216만평, 영산강수계 61만평 등 530만평을 매수했다. 공장 축사 음식점 숙박업소 주택 등이 들어섰던 매수토지는 생태공원이나 녹지 등으로 속속 탈바꿈하며 상수원 수질개선이라는 목적 달성에 다가서고 있다.
특히 한강수계에는 생태체험이 가능한 2곳의 생태공원이 문을 열었다. 아파트 예정 부지에 들어선 양평군 양수리 생태공원은 주민과 정부, 사업자의 공동노력이 깃든 소중한 공간이다.
만일 1,500여 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섰더라면 하수 발생은 말할 것도 없고 특정한 이들만의 공간이 되었을 곳이지만, 지금은 2만여평의 공원이 조성되어 모든 이들에게 특별한 수변공간이 되었다.
자연은 신비롭다. 풀과 나무가 자라면서 곤충, 텃새들이 연이어 찾아들었다. 학교를 마친 어린이들과 주민들이 흙길을 산책하거나 뛰어다니며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위치도 마침 한강의 두 물줄기가 만나는 두물머리 인근이라 수변공간이 주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만한 곳이다. 양평군 강하면의 한강생태학습장도 골재채취장으로 쓰던 남한강 둔치를 습지로 복원해 탐방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맞붙어 있는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한 물이 이곳을 돌아 하천으로 나가고 있어 하수처리수를 한 번 더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 탐방지구와 완충ㆍ보전지구를 따로 정해 동식물이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고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한강 수계 2곳에 생태공원 개설
이 두 곳은 그저 사례일 뿐, 이외의 매수토지에도 녹지ㆍ습지 등을 부지런히 조성해 수변생태벨트로 가꾸어나갈 계획이며, 수변구역의 토지 매수사업도 지속할 것이다. 굳이 경제적 가치로 수변토지 매수사업을 평가한다면 투자보다 이익이 훨씬 큰 행복한 사업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혜택이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갈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규용ㆍ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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