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이어 여자 골프에서도 한국 선수들의 뒷심이 아쉬웠다.
3라운드까지 선두자리를 지켰던 한국의 이정연(27)과 송아리(20ㆍ하이마트)가 최종일 벙커에서 허덕이며 눈앞에 뒀던 우승을 놓쳤다. 이정연은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슈퍼스티션마운틴의 슈퍼스티션마운틴골프장(파72ㆍ6,629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세이프웨이 인터내셔널 4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쳐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줄리 잉스터(15언더파 273타ㆍ미국)에 2타 뒤진 2위를 차지했다. 2002년 LPGA투어에 데뷔한 이정연은 이로써 준우승만 통산 네 번째 기록하게 됐다. 이정연과 함께 3라운드까지 선두각축을 벌였던 송아리도 이날 1타를 잃어 이정연에 1타 뒤진 3위에 머물렀다.
이정연과 송아리는 LPGA투어 생애 첫 승 찬스를 잡았지만 위기관리 능력 부족으로 자멸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잉스터에 이정연은 4타, 송아리는 3타 앞선 선두로 최종일 경기에 나서 우승경쟁은 ‘이-송‘ 대결로 압축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최종일 챔피언조에서 동반플레이를 펼친 이정연과 송아리는 나란히 14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는 등 막판 난조를 보이며 잉스터에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둘 모두 14번홀 더블보기가 뼈아팠다. 1타차 선두를 달리던 이정연은 14번홀에서 자갈밭-벙커-맨땅을 오가는 샷 난조 끝에 2퍼트로 더블보기를 범해 선두 자리를 내준데 이어 17번홀(파3)에서도 1타를 잃고 무너졌다. 우승 불씨를 살려가던 송아리도 14번홀에서 벙커-벙커-러프를 오간 끝에 3m 거리의 보기 퍼트를 놓치며 더블보기로 우승경쟁에서 멀어졌다.
반면 만 46세의 노장 잉스터는 한국선수들이 부진한 틈을 타 이날 마지막 18번홀(파5) 버디 등 5타를 줄여 2003년 에비앙마스터스 우승 이후 3년 만에 우승컵을 치켜들었다. 통산 31승. 이정연의 준우승으로 한국 낭자군단은 올 시즌 열린 4개 대회에서 빠짐없이 준우승자를 배출하는 진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작은 거인’ 장정(26)은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공동 4위, 양영아(28)는 10언더파 278타로 공동 7위에 자리했다. 대회 3연패에 도전했던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합계 7언더파 281타로 공동 19위에 그쳤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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