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부터 6년간 13세 소녀에서 70대 노파까지 10명의 여성이 성폭행 당한 뒤 무참히 살해된 화성 연쇄살인 사건.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도 만들어진 이 희대의 사건이 영원히 역사 속에 묻힐 위기에 처했다. 마지막 10차 사건의 공소시효(15년)가 끝나는 4월 2일이 지나고 나면, 범인이 밝혀지더라도 법정에 세울 수 없게 된다.
KBS2 ‘추적 60분’은 공소시효 만료를 11일 앞둔 22일 밤 11시5분, ‘화성연쇄살인사건 D-11, 마지막 공개수배’(연출 권혁만)를 방송한다.
“눈이 쫙 찢어지고 165~170cm 키, 20대 정도였죠. 뭐랄까, 차가워보였어요.” 유일한 목격자인 버스기사 K씨가 말하는 범인의 모습이다. 제작진은 K씨의 증언을 토대로 지금은 40대가 되었을 범인의 몽타주(사진)를 다시 그려보고, 범인을 공개 수배한다.
범인의 윤곽조차 잡지 못한 채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국내 수사 시스템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른바 과학수사의 도입이다. 그러나 ‘추적60분’ 제작진이 만나본 수사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한국에 과학수사는 없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우리나라 최고의 과학수사기관으로 불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법과 현실의 괴리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국과수의 법의학자들이 살인 사건 현장에 나갈 수 없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의료법에는 현장 검안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개업의나 대학병원 의사로 규정해놓고 있다. 과학수사는 초동 수사 단계에서 더욱 필요하지만, 법의학자들은 현장에서 떨어진 국과수에서 부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행정자치부에 소속된 독립기관이지만 경찰청의 지휘 감독을 받는 애매모호한 지위 탓에 숙련된 법의학 전문가들을 보유하고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국과수의 현실을 짚어본다.
또 주변 환경과 시간에 따른 시신의 부패 상태를 실제 실험을 통해 관찰할 수 있도록 한 미국 테네시 주립대학의 ‘시체농장’ 등을 찾아 과학수사의 내실화를 위한 방안을 알아본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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