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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럽다! 대한민국

입력
2006.03.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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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으나 이겼다. 한국 야구는 패자(敗者) 아닌 패자(覇者)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 진출은 좌절됐지만 한국 야구는 실력과 매너 모든 면에서 세계 정상,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자랑스런 36명의 한국 야구 영웅들은 한국 야구사를 새로 고쳐 쓰며 세계 야구의 신화가 됐다.

한국 야구는 WBC 대회를 통해 야구의 진수가 무엇인지를 세계인들에게 똑똑히 보여줬다. 야구의 모든 기준은 메이저리그다. 하지만 한국 야구는 정신력과 조직력, 수비에서 메이저리그 이상의 것을 보여줬다. 파란 유니폼의 ‘태극전사’들은 수천 만 달러의 몸값을 자랑하는 메이저리그 대스타들과의 대결에서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완승을 거뒀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로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일본의 콧대도 납작하게 눌렀다. 스포츠 영화를 보는 듯한 명장면도 속출했다. 박진만의 거미손 수비, 이진영의 몸을 던지는 허슬 플레이 등 그물망 수비는 상대를 주눅들게 했다.

메이저리그 대스타들이 몸값에 걸맞지 않은 실수를 연발할 때 한국 야구는 6경기 동안 에러 한 개 범하지 않은 철벽수비를 보여줬다. 야구 종주국 미국조차 한국 야구의 수비 조직력을 경외시했다. 공격에서도 ‘국민타자’ 이승엽은 대회 최다홈런을 때리며 세계 최고 슬러거로 우뚝 섰다.

세계 언론은 이런 한국 야구의 힘을 궁금해 하고 분석을 하느라 부산을 떨어야 했다. 일본 언론은 “병역면제 혜택 때문”이라고 질시성 보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야구를 세계 정상으로 이끈 힘은 개성 강한 30명의 선수를 ‘부동이화’(不同而和)의 팀으로 만든 지도력과 선수들간 단결력이었다.

야구 종주국 미국이 세계 정상에 서기 위해 어처구니없는 대진 방식과 편파 판정 등으로 대국답지 않은 꼼수를 부리고, 아시아 최고를 자부하는 일본이 ‘변방 야구’에 고개 숙인 것을 ‘굴욕’이라며 스포츠맨십을 애써 외면할 때, 한국 야구는 ‘정직한 야구’ ‘겸손한 야구’로 차분히 대응했다.

사실 한국은 지난 17일 일본과의 본선 2차전에서 꼼수를 두려 했다면 충분히 할 수도 있었다. 4강전 상대로 미국을 택할 수도, 일본을 택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한국 야구는 얄팍수를 쓰는 대신 오로지 승부에 집중했다.

일본의 국민타자 스즈키 이치로가 “내 인생의 최대 굴욕”이라고 표현하고 일본 언론들이 ‘수치’라는 표현까지 쓰며 ‘변방 야구’에 패한 것을 부끄럽게 여길 때 한국 야구는 달랐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세계 정상보다는 아직 아래” “두 번 이겼다고 우리가 일본보다 낫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국 야구는 과시도, 허위도 없이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것이다.

한국은 19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일본과의 WBC 준결승에서 0-6으로 완패했다. 한국은 6회까지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를 연출했지만 7회초 후쿠도메 고스케의 투런홈런 등 7회 이후 6실점을 허용해 패하고 말았다.

야구에서 비슷한 실력을 가진 상대에게 3연승을 거두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아쉬움이 너무 진하게 남는 경기였다. 국민타자 이승엽은 경기 후 “누구도 한국야구를 함부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온 국민이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게 한 한국 야구였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샌디에이고=이승택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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