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람이 고양이라면 한국 사람은 강아지 같아요.” 꽃샘 추위였던 지난 주 도쿄(東京) 유락초(有楽町)의 선술집에서 일본 친구가 웃으면서 꺼낸 말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설명이 이어졌고, 우리는 유쾌한 마음으로 나름대로의 한국ㆍ일본인관을 털어놓았다.
●문화·경제 등 갈수록 가까워져
“일본 사람이 개미라면 한국 사람은 배짱이”“한국 사람이 무궁화면 일본 사람은 사쿠라(벚꽃)”“일본인은 다쿠앙(노란무), 한국인은 김치”…. 끝 말 잇기 게임처럼 즉흥적으로 떠올린 비유들을 통해 서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한국과 일본 사람이 천성적으로 매우 다르다”는 것, 그리고 그 차이를 서로 인정하는 것이 신뢰를 쌓는데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만물이 빛깔을 바꾸는 봄이 왔는데도 한일 관계는 아직 한 겨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한일 정치 지도자들의 갈등 관계가 해소는커녕 더욱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1차적인 책임은 일본측에 있다. 패전 이후 일본 주류 정치가들에게 계승되고 있는 위험하고 오만한 역사인식을 생각하면 절망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한일 관계에 있어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데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가 상징하듯 일본 지도자들은 부적절한 언행으로 불신을 자초했다.
우리 지도자들도 때로는 정략적으로, 때로는 무지의 소치로 일본 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언행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책임에 대한 정도의 차는 있겠지만 이런 것들의 악순환으로 서로에 대한 불신이 쌓이고, 양국 관계를 최악으로 빠뜨리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한가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한국과 일본은 왜 사이 좋은 이웃이 돼야 하는가’에 대한 당위성의 문제이다. 최근 한 정치가는 “일본하고는 이미 이사 갈 수 없는 이웃 관계가 됐다”고 말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말하면 한국과 일본은 외교, 안보, 정치, 경제, 문화, 지리적으로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이사 갈 수 없는 이웃’이라는 것이 양국의 일반적인 인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것이 올바른 판단이라면 우리는 이에 맞는 외교를 실천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역사와 영토를 둘러싼 갈등이 아무리 첨예하더라도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방향이 ‘한일 우호 관계의 강화’라면 어렵더라도 흥분하지 말고 그 쪽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이다.
●지도자들이 신뢰쌓기에 역행
외교는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의 한일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여러 가지 여건상 한국 정부가 먼저 나서 일본에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기 어렵다는 것도 또한 현실이다. 그러나 일본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진지한 신뢰 쌓기 노력은 우리 정부 혼자서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우여곡절의 세월이 흘러 개와 고양이 같았던 양국 국민들이 서로를 향해 ‘성실한 개미를 닮은 배짱이’와 ‘정감 있는 베짱이를 닮은 개미’가 되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 시대에, 정치 지도자들이 이에 역행하는 것은 정말로 어이없는 일이다.
김철훈 도쿄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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