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변화하는 거냐, 단순한 립서비스냐.”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7일 여야 5당 원내대표 만찬회동에서 보여준 낯선 스타일을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나 홀로 정치’의 한계를 인식하고 대화정치에 나설 것임으로 보여주는 신호탄이라는 긍정적인 해석이 있는가 하면 수사만 화려할 뿐 결론은 여전히 자신의 구상대로 끌고 가는 ‘옹고집 정치’스타일에서 달라진 게 없다는 반론도 여전하다.
양론이 있긴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야 공히 만찬을 계기로 “노 대통령의 대야관은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만큼은 적지않다.
만찬 당시 “청와대 외곽의 4중 철조망을 대부분 걷어냈고 이제는 내 맘도 개방해가고 싶다”, “지금까지는 여러 사정으로 못했지만 이제 대화의 마당을 열자”고 한 노 대통령의 언급에 야당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는 해석이다.
최대 관심사였던 새 총리 인선을 앞두고 과거와 달리 야당측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밟으면서 “야당의 마음에 쏙 드는 인사를 하겠다”고 화답한 것도 이런 기대를 부풀게 한다. 만찬이 끝난 뒤 한나라당 이재오 대표가 “뭔가 대화를 통해 새 정치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노 대통령의 이런 모습이 적극적인 변화의 단초로 해석되는 데는 이해찬 전 총리의 예상치 못한 중도하차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신임했던 이 전 총리가 물러남으로써 분권형 국정운영 자체에 변화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라 과거와 달리 야당의 협조가 절실해졌다는 것이다. 우리당의 고전이 예상되는 지방선거 이후 정국상황도 감안됐다는 평가다. 우리당의 한 중진도 19일 “노 대통령으로서는 남은 임기 동안의 최대 과제가 원만한 대야관계 유지에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여전히 노 대통령의 변화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지는 시각도 엄존한다. 야당에서 후임 총리 인선기준으로 대탕평 인사를 제안했지만 “대통령과 생각이 맞는 쪽으로 이해해달라”며 사실상 코드인사 방침을 밝힌 점이 일차적인 근거다.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천정배 법무장관 경질과 사학법 재개정 요구, 민주당ㆍ국민중심당의 탈당 요구 등 민감한 사안에는 말을 돌리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아예 “뭔가 달라질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든 건 일종의 립 서비스 아니겠느냐”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와 관련 우리당의 한 친노직계 의원은 “노 대통령이 지금껏 야당과의 관계를 경시했던 건 아니지만 이 전 총리가 중도사퇴한 이후 국정운영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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