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재심 결정이 내려진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 재심 첫 재판이 20일 열린다. 재심개시 여부를 심리하는 과정에서 사건 당시 피의자 신문조서 등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나와 원심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974년 1심 재판이 열릴 당시에는 긴급조치 2호에 의해 설치된 비상군법회의가 수사, 기소, 재판을 모두 담당했다. 재심은 원(原) 재판부가 맡아야 하지만 긴급조치가 폐지됐기 때문에 이번 재심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문용선 부장판사)가, 수사와 공소유지는 서울중앙지검이 맡고 있다.
이번 재심이 어떻게 진행될 지는 검찰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피고인들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임하느냐에 따라 법정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안창호 2차장검사는 “(재판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무죄 선고를 예단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공익의 대표자로서 공소유지를 맡은 이상 유ㆍ무죄에 대한 선입견 없이 재판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시 제출된 증거의 적법성을 검토하고, 당시 중앙정보부 관계자 등 사건 수사 담당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공소유지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법원에서 3만7,000쪽에 달하는 사건 기록을 복사해 검토 중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 과거사건진실규명위원회가 피고인들에 대한 고문 사실을 인정하고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가 이미 피고인들을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해 검찰로선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해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해 항고를 포기했었다.
검찰이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해도 피고인들의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우선 피고인 8명의 사형이 이미 집행돼 피고인 신문을 할 수 없다. 원 재판에서 유죄 선고의 결정적 증거로 사용됐던 피의자 신문조서 등은 법원의 재심 개시 심리에서 조작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나왔다. 따라서 검찰은 피고인들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새로운 증거들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31년이나 지나 재수사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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