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두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74)와 A.R. 펭크(67)가 국내에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들의 1960년대 초기작부터 2000년대 최근작까지를 망라한 2인전을 4월 30일까지 열고 있다.
서울 관훈동 백송화랑의 리히터 전은 판화 등 20여 점으로 4월 4일까지 계속되며, 잠원동 필립강갤러리의 펭크 전은 최근 5년 간의 회화 작품 10여 점을 24일부터 4월 15까지 선보인다.
리히터와 펭크를 소개하는 국내 전시는 그동안 간간이 있었다. 하지만 대개 초기작과 최근작이 빠진 채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는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시기별 대표작 중심으로 구성, 이들의 작품세계 전반을 조망하는 자리다. 리히터의 회화 30점, 펭크의 회화 30점과 조각 3점이 나와 있다.
특히 리히터의 작품은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다. 그의 작품값은 세계 최고여서 전시회를 꾸리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이번 출품작 30점의 가격만 해도 700억원에 이른다.
리히터는 온갖 실험이 난무하는 가운데 ‘회화의 종말’을 떠드는 전후 미술의 격랑 속에서 회화의 고유성과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온 작가다. 그의 작품 세계는 한 작가의 것이라고 보기 힘들 만큼 양식이 다양하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사진 같은 그림’이다.
인물, 풍경, 정물 등의 사진 이미지에 인공적 가필을 해 윤곽을 흐리거나 더욱 극사실적으로 표현한 이 그림들은 이미지의 양면성, 즉 허구와 실재의 경계를 교묘하게 넘나들며 예술의 진정성을 고민하게 만든다. 이번 전시에는 사진그림 뿐 아니라 화려한 추상처럼 보이는 구상회화, 개념미술에 가까운 작품까지 두루 나와 그가 해온 작업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구동독 출신인 펭크는 독일 신표현주의 미술의 대표 주자다. 단순하면서 강렬한 선과 추상적 기호로 가득 찬 그의 그림은 선사시대 동굴 벽화나 아프리카 원시미술을 연상시킨다. 대담한 구도와 놀이하듯 활달한 즉흥성도 매우 인상적이다.
1960년대 초, 경직된 동독 사회에 맞서 ‘새로운 삶의 주장’으로서의 미술을 외치며 출발한 그는 역사와 인간을 담은 이른바 ‘세계회화’를 통해 분단 독일의 모순과 현대사회의 혼란을 비판해왔다. 그의 작품은 동독 시절부터 서방에 널리 알려져 서독으로 밀수가 될 만큼 인기를 끌었지만, 그로 인해 전시를 금지하는 등 규제를 받았다. 펭크는 1980년 서독으로 망명했다.
◆전시 문의 (02)2188-6000, 백송화랑 (02)730-5824, 필립강갤러리 (02)517-9014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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