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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꼼수'에 발목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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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꼼수'에 발목 잡혔다

입력
2006.03.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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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많은 미국이 쳐놓은 그물에 한국대표팀이 희생양이 됐다.

16개국이 참가한 국가 대항전에서 결승전이 아님에도 특정팀과 세 차례나 경기를 벌이게 된 해괴한 대회 일정. 한국 대표팀 선수들에겐 달가울 리가 없었다. 1,2라운드에서 일본에 연승을 거두고 준결승에서 또다시 일본을 만난 것에 대해 한국 대표팀의 김인식 감독은 “짜증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서로 아는 팀들끼리 놀아보라는 것도 아니고, 정상적이면 2조 1,2위팀(도미니카공화국, 쿠바)과 크로스토너먼트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중남미의 강팀을 한 조에 몰아넣고, 상대적으로 만만했던 아시아, 캐나다 멕시코 등과 한 조를 이뤄 어린애 손목 비틀 듯 우승을 차지하려는 미국의 속셈에 엉뚱하게 한국이 피해를 본 것이다.

결국 예선 전적 포함 단 1패(6승1패)를 기록한 한국은 결승진출에 실패했고, 4승3패를 거둔 일본이 결승에 진출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우선 심리적인 면에서 양팀의 조건은 달랐다. 2라운드 3전 전승을 거둔 팀과 1승2패를 거둔 팀이 준결승에서 만났을 때 갖는 심리적 부담감의 차이는 엄청나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아무리 수준 낮은 리그에서도 한 팀이 3연승을 거두는 것은 쉽지 않다. 국내 프로팀끼리도 8대2 정도의 압도적인 전력차가 나지 않으면 한 팀이 일방적으로 이기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2연승을 거두긴 했지만 김인식 감독은 “그래도 일본 야구가 한 수 위”라고 평가한 바 있다. 실력이 앞선 팀을 상대로 팀워크와 정신력으로 맞서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국으로선 ‘이기면 본전, 지면 망신’인 셈이었고, 이미 망신은 당할 대로 당한 채 4강 탈락 위기에서 극적으로 기사회생한 일본은 보너스로 주어진 경기에서 부담 없이 플레이를 할 수 있었던 것. 게다가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던 일본은 한국에게 3연패할 정도로 허약한 팀은 결코 아니었다.

두 차례 대결에서 이미 속속들이 투수들의 구질, 작전과 투수 교체 패턴 등이 드러나버렸기 때문에 한국 대표팀 벤치가 구사할 수 있는 작전의 폭도 줄어들었다. 일본을 준결승 파트너로 예상한 미국은 흥행과 대회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대회 일정을 만들었고, 한국은 그 벽을 뛰어넘지 못한 셈이다.

비상식적인 대회 규정과 TV 중계를 이유로 한국팀의 2라운드 경기 일정도 마음대로 바꾸려 했던 오만함, 그리고 노골적인 심판 편들기 등 미국의 온갖 추태 속에 일궈낸 4강 진출이었기에 태극 전사들의 돌풍은 더욱 빛이 났다.

한편 한국 대표팀은 19일 오후 2시 20분(현지시간) 샌디에이고를 출발, 도쿄를 경유한 뒤 20일 오후 10시55분(한국시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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