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서울대 근처에서 사회과학 전문서점을 운영했던 운동권 책방 주인들이 대거 정치권과 정부 요직에 진출해 화제다.
이해찬 전 총리, 이치범 환경부장관 내정자,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 윤승용 국방홍보원장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이 운영했던 서점은 권위주의정권 시절 운동권들의 사랑방이었으며 사회과학 출판사를 운영하는 운동권 선배들과 대학생들의 정신적 가교역할도 했다. 당연히 당국의 탄압을 받았고 그런 만큼 이들의 유대는 강했다. 지금도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주는 동지적 관계다.
이해찬 전 총리는 80년대 초부터 13대 국회의원이 되기 전까지 신림동에서 동생과 함께 ‘광장서적’을 열었다. 광장서적은 처음에는 사회과학서점으로 출발했으나 90년대 이후 고시전문 서점으로 변신, 영업적으로도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치범 내정자는 87년 모교인 서울대 인근 신림동에서 이념서적을 파는 ‘전야’를 수년 동안 운영했다. 김부겸 의원도 비슷한 시기에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전 남편인 김태경 씨가 연세대 앞에서 운영하던 ‘오늘의 책’서점 운영을 거들다가 얼마 후 후배인 윤승용 국방홍보원장이 신림4거리에서 운영하던 오월서점을 무상으로 넘겨받아 ‘백두서점’간판을 걸었다.
김문수 의원은 82년 서울대 주변의 봉천4거리에 ‘대학서점’을 냈다. 대학서점은 운동권 서점의 효시로 김 의원이 구속되는 등 극심한 탄압을 받을 때도 부인이 대신 운영하면서 끝까지 간판을 내리지않았다.
김부겸 의원은 “시위가 벌어지면 서울대를 관할하던 관악경찰서에 끌려가는 일이 일상이었다”면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이 전 총리, 김문수 의원의 형수나 내 아내가 대신 서점을 지키거나 남편 대신 붙잡혀 가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윤 국방홍보원장은 “툭하면 경찰이 불법서적이라며 압수해가고 외상도 워낙 많아 돈벌이는 되지않았다”면서 “그러나 운동권들의 연락소이자 쉼터로 톡톡히 기여했다”고 말했다.
80년대 대학가 풍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운동권 서점은 그러나 90년대 들어 민주화와 동구 공산권 몰락 등으로 하나 둘 사라져 갔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