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고용계약법(CPE)을 둘러싼 프랑스 시위 사태가 총파업으로 이어질 조짐이 사회당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가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 처했다. 대학생과 노동계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드 빌팽 총리에게 20일까지 CPE를 철회하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전국 160곳에서 격렬 시위
CPE에 반대하는 프랑스 시위는 주말인 18일 정점에 달했다. 전국 160곳에서 열린 시위에 대학생과 고등학생, 노동자, 공산당원 등 경찰 추산 50여만명, 시위 주최측 주장 150여만명이 참가했다. 14일과 16일에 열렸던 시위보다 규모가 훨씬 컸다.
참가자들은 “드 빌팽 총리가 대학생과 노동자를 1회용 휴지로 취급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평화 시위로 시작했다. 하지만 막판에는 시위대의 투석과 경찰의 최루탄이 오가는 폭력 시위로 번졌으며, 파리에서만 차량 4대가 불타고 맥도널드 가게가 공격을 받기도 했다. 1주일째 경찰이 봉쇄하고 있는 소르본대 앞에선 이날 저녁 또다시 충돌이 발생했다. AP통신은 이날 시위로 56명이 체포되고 경찰과 시위대 양측 24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시위 주도자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시라크 대통령과 정부가 48시간 안에 CPE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더욱 강력한 시위를 벌이고 전국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시위가 격화하자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드 빌팽 총리에게 빨리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했지만, 드 빌팽 총리는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겉은 청년실업 해소, 속은 노동시장 유연성
프랑스 청년실업률이 실제로는 통계상 수치보다는 그리 심각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와 내년 대권 도전을 노리면서 CPE를 강행한 드 빌팽 총리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프랑스의 공식 청년실업률은 22%로 영국(11%), 미국(12%), 독일(13%)에 비해 수치상으로는 높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15~24세 실업자는 이 연령대 전체 인구 784만명 가운데 60만9,000명으로 실제 실업률은 7.8%이라는 것이다.
영국은 16~25세 666만명 가운데 실업자가 49만명으로 7.4%로 비슷하다. 하지만 영국의 경우 이 연령대의 취업희망인구가 449만명인데 반해 프랑스는 대학 등 상급학교 진학자가 많아 같은 연령대의 취업희망인구가 268만명으로 급격히 떨어지면서 실업률 수치만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드 빌팽 총리가 청년실업 대책이라고 주창해온 CPE의 근거인 ‘청년층의 두 자릿수 실업률’이 실은 허상이고 노동시장 유연성만 강화하는 정책일 수 있다는 뜻이다. CPE는 26세 미만 최초 취업자는 2년 동안 사용자가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기업이 청년실업자 채용을 늘리도록 하는 일종의 유인책이다.
외신들은 “프랑스의 시위사태가 더욱 격화하고 있지만 권위주의 정권 타도 등을 목표로 했던 1968년 5월 혁명처럼 커지지는 않을 것 같다”며 “드 빌팽 총리가 이번 주초 철회냐 고수냐를 놓고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새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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