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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살맛나게 한 우리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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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살맛나게 한 우리 선수들

입력
2006.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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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생활에 흔히 쓰는 농담 중에 ‘주최 측의 농간’이란 말이 있다. 그렇게 진행해서는 안 되는 일을 억지로 자기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행운권을 추첨할 때에도 주최 측의 농간이 있을 수 있고, 각종 콩쿠르와 하다못해 시골 면내의 노래자랑에도 그런 농간이 있을 수 있다.

올해 처음 대회를 시작한 WBC 역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이라는 대회 명칭이 부끄러울 정도로 주최 측의 농간이 심했다. 대회 진행과정에서도 미국이 온갖 오심으로 농간을 부리고도 중간에 탈락해 더욱 망신을 떨고 말았지만, 애초 대진 프로그램 자체도 미국이 손쉽게 결승전까지 올라가자는 뜻을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낸 대회였다.

어쨌거나 지난 겨울 동안 우리는 각종 스포츠로 즐거웠다. 국내 정치는 나날이 막말 경쟁이었고, 말도 되지 않은 일을 이슈로 삼아 거리로 나가 우리를 짜증스럽게 했지만, 스포츠는 언제 한번 그런 적이 없었다. 정치는 사학법에 휘둘리고 사회는 황우석 사건에 휘둘렸다. 신문을 보든 방송을 보든 맨 짜증 나는 일들뿐이었다.

그런 가운데 그래도 우리를 가장 살맛나게 해주고, 그때그때 쌓인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리듯 풀어준 것은 스포츠였다. 박지성과 이영표 등 유럽 유명 프로구단에서 뛰고 있는 축구 선수들의 활약이 그랬고, 또 그런 선수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를 한없이 부러워하는 중국의 축구팬들과 일본의 축구팬들의 부러움이 그랬다.

6월에 열리는 독일 월드컵 본선을 위해 한 달 이상의 일정으로 해외훈련을 나선 국가대표팀의 활약 역시, 추위에 움츠리고 현실에 움츠렸던 우리의 어깨를 펴주었다.

거기에 바로 이어진 것이 토리노 동계올림픽 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로 이제까지 참가한 대회 중 가장 좋은 성적으로 종합순위 7위를 치지했다.

또 우리나라는 안현수 진선유 두 선수가 동일대회의 3관왕에 올라 더욱 우리를 뿌듯하게 해주었다. 이러는 동안 일본은 내내 노메달이다가 뒤늦게 아라카와 시즈카가 금메달 하나를 획득했다.

이제 인구 13억의 중국도 일본도 스포츠 어느 분야에 대해서도 한국을 부러운 눈길로 먼저 쳐다봐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일본의 아라키와 스즈카가 따낸 피겨스케이팅 부분 금메달이 우리에게 어느 정도 부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자 바로 국민의 이런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었던 선수가 있었다.

세계주니어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여자 피겨 싱글 부문에서 김연아 선수가 일본과 미국선수를 제치고 우리나라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어제 열린 WBC 4강전은 주최 측의 농간으로 우리나라는 일본을 두 번이나 이기고도 4강전에서 다시 만나 벌인 게임이었다. 이겼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6승1패의 한국은 4강에서 멈추고 4승3패의 일본은 결승전에 진출했다. 그러나 세계에 한국야구의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매너에서도 실력에서도 이치로의 막돼먹은 입과 막돼먹은 행동 같지 않았다. 4강전 패배에 강한 아쉬움을 느끼면서 선수 개개인에 대해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들이 바로 세계 속의 한국인이다.

이순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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