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의 배형진, 수영의 김진호 군에 이어 이번엔 발달장애(자폐증)를 극복한 예비 판소리꾼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올해로 16세가 된 최준(서울 고명중 3년)군. 최군은 내달 1일 오후 7시30분 서울 삼청각 공연장 예푸리에서 ‘춘향가’ 발표회를 연다. 최군의 판소리 개인 발표회는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02년 4월 국립국악원에서 ‘흥보가’ 발표회를 연 이후 두 번째다. 공연에서 부를 ‘춘향가’는 1시간 30분 길이다.
생후 30개월 때 발달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최군이 판소리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언어 치료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최군은 말 그대로 “판소리 체질”이라고 할 만큼 판소리에 타고난 재질이 있었다.
발음은 부정확했지만 목소리와 박자 감각이 탁월했다. 평소엔 말없이 조용하다가도 판소리 연습만 하면 말이 많아졌고 얼굴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언어치료에도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지난해 10월엔 종로 전국 청소년 국악 경연대회에서 중등부 우수상까지 받았다. 어머니 모현선(44)씨는 “밥 먹을 때도 판소리 책을 옆에 둘 만큼 판소리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묻는 말에‘좋아’ ‘싫어’‘할래’‘안 할래’등 주로 단답형으로 대답을 할 만큼 어휘력에 한계가 있지만 신기하게도 옛 어휘로 가득한 긴 판소리 사설은 줄줄 외워낸다. 최군은 피아노에도 흥미를 보이고 있다. 모씨는 “피아노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는데도 한 번 들은 멜로디를 그대로 따라 건반을 두드릴 만큼 음악적인 감각이 있다”고 말했다.
최군의 이런 기특한 성장 뒤에는 그림자처럼 아들을 뒷바라지하는 어머니의 헌신이 있었다. 모씨는 최군이 일반 아이들의 행동을 보며 배우고 따라하기를 바라며 특수학교 대신에 일반학교를 보냈다. 그 때 받은 설움이 엄청났다고 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담임 선생님이 아이를 만지려고도 안 했어요.
학교에서는 오히려 다른 학부모들의 항의가 많으니 학교를 옮겨달라고까지 했죠.” 입학한 지 2주만에 모씨는 아들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켰다. 다행히 이후로는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 탈 없이 잘 자라고 있다.
모씨는 “준이가 좋아하는 만큼 앞으로 음악 공부를 계속 시킬 생각”이라며 “국악고등학교 같은 예술계 학교에 진학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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