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설탕, 원유, 광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생산이 어려운 주요 수입품목들이라는 답이 쉽게 나올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펀드 투자가 가능한 품목들이라는 답변을 하나 더 추가해야 할 듯 하다.
국내외 주식이나 채권 위주였던 펀드 상품들의 투자대상이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부동산이나 광물 펀드에 이어 커피, 설탕, 유전개발 펀드 등 기상천외한 펀드들이 속속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투자증권은 20일 커피와 설탕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업계 최초로 선보인다. ‘대한 퍼스트클래스 커피 설탕 채권투자신탁’은 기존의 원금 보존형 ELS 펀드처럼 자산의 일부를 커피, 설탕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워런트(Warrant)에 투자하고 나머지 자산은 채권 등에 투자해 실물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원금을 보존하면서 기초자산 가격 상승 시에는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투자기간은 2년으로 펀드설정 초기의 커피, 설탕 상품가격과 만기 시의 가격에 의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구조다. 설정초기의 현물가격보다 만기 시의 현물가격이 상승할 경우 최고 27%(연 13.5%)까지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며 하락 시에도 원금보존이 가능하다.
대투증권 강창주 상품전략본부장은 커피와 설탕 펀드 착안 배경에 대해 “최근 국제 상품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것이 바로 커피와 설탕”이라며 “두 상품 모두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라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 본부장은 “전세계 커피 소비량이 2004년에 1억1,500만 부대(bags)에서 지난해 1억1,600만 부대(bags)로 증가했다”는 국제커피기구(ICO)의 조사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향후 3~5년 간은 이러한 공급 부족현상이 더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인도, 중국 등 신흥 국가를 중심으로 한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커피수요 시장은 나날이 확대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설탕 가격 전망도 밝은 편이다. 우선,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사탕수수를 주재료로 하는 에탄올이 대체에너지로 크게 주목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중국 등 국가의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과자나 초콜릿 등 설탕 함유 상품 수요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라 이로 인한 설탕 부족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7월에는 2,000억원 규모의 유전개발 펀드가 선을 보일 예정이다. 산업자원부가 도입을 추진중인 유전개발 펀드는 해외 유전개발 사업에 일반 투자자들이 간접투자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형식이다.
산자부는 유전개발사업이 가진 장기투자, 고위험 등의 특성을 고려해 해외자원개발사업법에 법적 근거를 별도로 마련하는 동시에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상 규정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7월 개정안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배당소득 비과세(2008년까지 3억원 한도)와 분리과세 등 혜택을 받고 있는 선박펀드 이상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에 앞서 CJ자산운용은 자산의 일부를 유전광구 개발에 투자하는 원금보존 추구형 채권혼합 상품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상품은 펀드내 자산의 90% 이상을 채권에 투자해 원금을 보존하면서 자산의 일부분을 유전개발에 투자하게 된다. 유전개발의 수익성에 따라 펀드의 수익률이 결정되는 구조다.
이미 판매 중인 다른 실물 펀드도 속속 후속 상품을 내놓고 있다. HSBC는 12일부터 23일까지 원유가격 상승에 따라 수익률 혜택을 받는 삼성투신운용의 ‘파워오일 인덱스펀드 3차’ 상품을 판매한다. 이 상품은 골드만삭스가 산정하는 유가지수인 ‘GSCI WTI ER 인덱스’에 연동되는 상품으로 최초 6개월을 제외하고 1회 이상 기준지수가 최초 지수의 10% 이상 상승하면 연 12.0%의 수익률을 확정한 후 자동 상환된다.
또 매 6개월 비교시점마다 기준지수 종가가 최초 기준가격과 같거나 이보다 높으면 6.0% (연 12.0%)의 수익을 지급하고 조기 상환되도록 설계돼 있다. 투자기간중 지수가 하락할 경우 40% 이상 하락한 적이 없는 때에만 만기시 원금이 지급되나 40% 이상 하락한 적이 있으면 만기 수익률로 손실을 내게 된다. 총 투자기간은 3년, 기준지수 설정일은 24일이고 최저가입액은 1,000만원이다.
인프라펀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펀드는 자금을 모아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한 뒤 여기서 생긴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배당금 형식으로 나눠주는 펀드다. 배당수익에 대해 2006년까지 분리과세하고 투자금액이 3억원 이하인 개인투자자에게는 5.5%의 낮은 세율을 부과하는 등 장점이 적지 않다.
특히 국내최대 규모의 인프라펀드인 맥쿼리한국인프라투자융자회사(MKIF)는 최근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투자자들도 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19개 기관 투자가들로부터 자본금 1조2600억원을 조달해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등 13개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해왔다.
이에 앞서 조흥투신운용은 최근 국내 주식과 일본 주식에 투자할 뿐 아니라 일본 부동산과 알루미늄, 구리 등 실물에도 자산의 일부를 투자하는 일종의 ‘퓨전형’ 실물펀드인 ‘탑스뉴멀티에셋 파생펀드’를 판매했다. 국내 증시가 하락하더라도 일본 주식이나 부동산 또는 알루미늄이나 구리 같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국내 주식투자에서 발생할 손실을 메울 수 있는 구조로 돼 있어 안정성이 높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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