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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해협 무법자' 고래를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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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해협 무법자' 고래를 막아라

입력
2006.03.2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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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고래서식지로 부각되고 있는 대한해협에 부산과 일본을 잇는 국제여객선 운항이 늘면서 고래와 여객선이 충돌하는 사고가 잦아 승객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 따르면 부산~일본 바닷길은 부산~후쿠아카, 오사카, 시모노세키 등 3개 노선에 12척의 선박이 운항하고 있다. 최근 일본측의 비자면제에 따른 관광객 증가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부산~후쿠오카 노선에는 최고 시속 45노트(81㎞)로 운항하는 초고속여객선이 하루 4, 5차례 운항하면서 최근 1년 4개월 사이에만 6번이나 고래로 추정되는 물체와 충돌했다. 19일 낮12시45분께 일본 후쿠오카(福岡) 북서쪽 25마일 해상에서 후쿠오카항을 출발해 부산항으로 향하던 일본 JR 규슈철도 소속 한일쾌속여객선 제비2호(264톤)가 고래로 추정되는 물체와 충돌, 선체 부양용 날개가 파손됐다. 제비2호의 승객과 승무원 169명은 다행히 부상을 입지는 않았으나 사고여파로 이날 오후 3시10분께 후쿠오카항으로 회항했다.

17일에도 일본 쓰시마 북서쪽 17마일 해상에서 승객 120명을 태우고 일본 후쿠오카로 항해하던 일본 JR큐슈철도 소속 한일고속여객선 비틀호(263톤)가 고래로 보이는 물체와 충돌했다. 또 5일에도 일본 쓰시마 동쪽 21마일 해상에서 승객 90여명을 태우고 후쿠오카로 운항하던 비틀3호(163톤)가 역시 고래로 추정되는 물체와 충돌, 승객 4명이 다치는 등 이달에만 충돌사고가 3차례나 발생했다.

대한해협 등 우리나라 남동해안은 세계적인 희귀종인 흑범고래를 비롯해 밍크ㆍ향ㆍ큰머리ㆍ긴부리참돌 고래 등이 서식하는 세계적인 고래밀집해역. 이 때문에 초고속 여객선을 고래가 미처 피해 달아나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립수산진흥원은 2004년 남동해안일대에서 고래개체수 조사를 벌인 결과 경북 포항시 죽변 동쪽 30마일 해상에서 흑범고래 17마리를 발견하는 등 7종 1,6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사고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는 형편이다. 선사측은 고래를 쫓기 위해 고래가 싫어하는 음양을 방출하는 장비인 ‘언더워커 스피커’를 설치하는 등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실효를 보지 못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는 고래가 싫어하는 소음발신장비를 여객선에 부착하거나 초음파를 활용해 충돌을 피하는 장치 개발을 장기연구과제로 설정해놓고 있으나 실용화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국립과학원 관계자는 “대한해협을 지나는 선박과 헬기 등을 이용해 고래 출몰 정보를 수집해 출몰경보를 내리는 ‘고래 콜센터’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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