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사회에서 소극적이지 않을 것이다. 모든 권한을 이용해 회사측의 자사주 매각시도를 저지하고…집중투표제 일괄적용에 노력하겠다.”
아이칸 연합을 실질적으로 대표해온 리히텐슈타인이 17일 KT&G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출된 뒤 내놓은 ‘당선’ 성명이다. 그의 이 공격적 포부에서, 향후 펼쳐질 파상공세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기업과 시장 주변은 당혹스런 분위기다. 외국인, 더구나 전문 기업사냥세력이 한때 국민소유기업이던 회사의 경영진 입성한 초유의 상황은, 분명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하지만 놀랄지언정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 석을 내줬어도 12명 이사회는 여전히 KT&G측이 지배한다. 아이칸측 제동으로 이사회가 늘 시끄럽고 때론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일도 생기겠지만, 적어도 ‘거수기’ 가능성은 사라졌다. ‘장외’에서 ‘장내’로 들어온 이상, 아이칸측도 시세차익만 챙긴 채 쉽게 발을 빼긴 힘들게 됐다.
선거가 대체로 그렇듯, 유권자들은 한 쪽의 독주를 싫어한다. 양 측에 사외이사 자리를 하나씩 나눠준 이번 주총 결과에서도, KT&G 주주들의 이런 표심이 엿보인다. 주주들은 현 경영진에게 견제와 자극은 주되, 심각한 타격은 배제하는 절묘한 선택을 한 것이다.
이제 KT&G와 아이칸 연합의 ‘불안한 동거’가 시작됐다. 주주들도 점차 국적을 떠나 이 흥미진진한 실험을 관전할 것이다. 그 결과 회사가치와 주주이익을 위해 현 경영진이 옳다고 판단되면 아이칸측은 자연 퇴출될 것이고, 반대 경우라면 아이칸측은 더 많은 이사를 배출하게 될 것이다. 경영권 보호에 대한 재계의 요구가 빗발치지만, KT&G와 아이칸측의 ‘동거’과정을 충분히 분석 평가한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
경제산업부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