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고 백남준씨의 장조카인 켄 백 하쿠타(56)씨와 백씨의 미망인 구보타 시게코(69)씨, 백씨 기념 미술관을 추진 중인 경기문화재단 등이 백씨 사후 심각한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하쿠타씨는 18일 백씨의 49재 추모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백남준 예술 작품에 대한 모든 권리는 내게 있다”며 갈등의 내막을 설명했다.
그는 2002년 백씨가 구술하는 내용을 자신이 직접 받아 작성한 유언에 따라 백씨 사후 미망인 구보타씨는 백씨의 재산 중 뉴욕과 마이애미, 도쿄에 있는 아파트와 스튜디오 4곳 중 3곳 등 대부분의 재산을 물려받았고 자신은 백씨의 모든 예술작품에 대한 권리와 뉴욕 메인 스튜디오 1곳을 상속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구보타씨에 대해 “지난 30년간 너무 많은 문제를 일으켜 백씨는 구보타씨가 이번 행사에 오는 것도 원치 않았다”며 적대감까지 나타냈다.
하쿠타씨는 “한국 화랑들도 우리를 여러 차례 속였다”며 국내 미술계에 대한 불신도 드러냈다. 그는 이를 이유로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5월9일까지 전시될 설치작‘엄마’의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취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백남준 미술관’ 추진을 놓고 갈등 중인 경기문화재단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인사의 이름까지 거명하며 “그들과 대화할 일은 앞으로 평생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미술계는 생전 백씨의 병세가 악화하자 하쿠타씨 측이 백씨 작품 가격을 지나치게 높이는 등 백씨와 외부의 관계를 일절 차단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보타씨의 지인들도 구보타씨가 하쿠타씨로부터 수모를 수없이 당해왔다고 전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측은 “하쿠타씨측이 미술관 건립 자문 요청에 늑장 대응하고, 컨설턴트를 무리하게 증원할 것을 요구하는 등 독단적인 행동을 계속해 이 같은 문제가 불거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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