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얇고, 더 가볍게…’ 휴대폰을 더 날씬하게 만들기 위한 두께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한 중견 휴대폰업체가 지난해 말 8.8㎜ 두께의 초슬림폰을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데 이어 이번에는 KTFT가 세계에서 가장 얇은 휴대폰을 개발했다. 이 제품의 두께는 7.9㎜에 불과하다. CD케이스 정도의 두께로 지갑에도 쏙 집어넣을 수 있을 만큼 ‘빼빼’하다.
이 바람에 ‘㎝’ 단위로 겨루던 두께 싸움은 이제 ‘㎜’ 단위로 접어들었으며 2004년 이후 한동안 깨질 것 같지 않던 8㎜ 벽이 불과 2년 만에 무너졌다. 휴대폰을 얇게 만드는 슬림 기술이 이동통신시장의 첨단기술 경연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KTFT는 19일 세계 최초로 마의 8㎜ 벽을 깬 두께 7.9㎜의 초슬림 휴대폰 ‘넘버 세븐’(EV-K100ㆍ사진)을 이달 중에 선보인다고 밝혔다. 바(Bar) 타입의 이 제품은 ‘빈약한 몸매’에 비해 강력한 부가기능까지 장착하고 있다.
130만화소의 디지털 카메라와 165MB의 저장 용량을 지닌 MP3 플레이어, 33만 단어의 전자사전 기능과 1.8인치 액정화면을 갖추고 있다. 가격은 30만원대 후반을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얇은 휴대폰은 2004년 2월 일본 NEC에서 중국 수출용으로 개발한 두께 8.6㎜의 유럽형(GSM) 카드폰이었다. 미국과 국내에서 사용하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제품으로는 중견업체인 VK가 지난해 말 내놓은 ‘VK-X100’으로 두께 8.8㎜였다. VK-X100은 올해 1월에만 국내에서 8만여대가 팔리는 등 슬림폰 바람을 일으켰다.
대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유럽에서 8.9㎜ 두께의 ‘카드폰’(SGH-P300)을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에서 슬림폰이 인기를 끌자 유럽형 카드폰을 SK텔레콤과 KTF 가입자용으로 고쳐서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카드폰을 국내에 출시하면 KTFT, VK와 더불어 슬림폰 3파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처럼 슬림폰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얇고 가벼워 편하게 휴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손이 작은 사람들도 손쉽게 조작할 수 있어 여성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반면 두께가 얇아 떨어뜨렸을 때 충격에 견디는 힘, 즉 내구성은 폴더나 슬라이드 폰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또 두께의 한계 때문에 300만~400만화소 이상의 고화질 디지털 카메라나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을 집어넣기 힘든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림폰은 작고 예쁜 디자인을 선호하는 젊은 층과 다양한 부가기능 대신 전화통화만 사용하는 실속파 직장인들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 KTFT는 홈페이지(www.ever.co.kr)를 통해 젊은층을 중심으로 고객체험단을 모집하는 등 ‘넘버 세븐’의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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