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숙적 한국 타도!”“한국 격파로 고통스러운 지옥에서 벗어났다!”
4시간에 걸친 한일전이 일본의 승리로 끝나자 일본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한국에 3번 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도 불안한 표정으로 TV중계를 지켜봤던 일본 시민들은 한국을 꺾었다는 안도감과 함께 여유를 되찾았다.
일요일이라 대부분 집에서 경기를 지켜본 탓인지 도쿄(東京) 시내는 한산했다. 거리에서 일본의 승리를 전해 들은 사람들은 모두 뛸 듯이 기뻐하며 일본의 우승을 기원했다. 일본 시민들은 “한국이 정말 강했다”“한국팀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배워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날 TBS 방송은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현지 생중계를 시작하는 등 초 긴장 분위기를 연출했다. 6회까지 좋은 찬스 때마다 번번히 병살타와 한국의 호수비로 점수를 내지 못하자 “불길한 예감이 든다”며 걱정했던 중계반은 7회 대거 5점을 선취 득점하자 활기를 되찾았다. 비 때문에 경기가 상당히 중단되자 결승에서 만날 쿠바의 전력을 분석하는 등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 등 주요 신문들과 통신도 인터넷을 통해 이날 경기 내용을 신속하게 전했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도 속보로 경기 내용을 올렸는데 한국에 대한 비난이나 모욕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적었다. 오히려 같은 팀이 세 번이나 싸우게 된 이번 WBC대회의 경기 운영방식을 비판하는 등 주최측 미국을 성토하는 댓글들이 많았다.
많은 재일동포들은 일요일이지만 도쿄 신주쿠(新宿)의 오쿠보(大久保)ㆍ쇼쿠안(職安)거리 등의 한인 식당에 모여 함께 응원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대~한민국”을 목이 쉬도록 외쳤던 동포들은 0대 6이라는 큰 점수차로 일본에 패하자 서운해 했지만 “그 동안 한국 선수들이 보여준 선전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자위하기도 했다.
한국의 철벽 마무리에 고통을 당했던 오 사다하루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감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7회 후쿠도메의 홈런을 계기로 우리 팀이 그 동안 담아뒀던 모든 걸 폭발시킬 수 있었다”는 오 감독은 “내 야구인생의 최고의 승리이자 새로운 페이지”라며 기뻐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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