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51) 대통령이 12년째 집권하고 있는 벨로루시에서 19일 대통령 선거 가 치러졌다.
이날 오후 8시(한국시각 20일 오전 3시) 투표가 끝나 개표에 들어간 선거에선 ‘벨로루시의 경제기적’을 이룬 루카셴코 대통령이 10개 야당 연합의 후보로 출마한 알렉산드르 밀린케비치(58) 등에 앞선 과반을 득표, 무난히 세 번째 5년 임기를 이어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번 선거는 그루지야 장미혁명(2003년), 우크라이나 오렌지혁명(2004년), 키르기스스탄 레몬혁명(2005년)으로 이어진 구 소련권 시민혁명 도미노를 둘러싼 미국ㆍ유럽연합(EU)과 러시아의 대리전 양상도 띠고 있다. 미국 조지 W 부시 정권이 ‘유럽 내 폭정의 전초기지’로 규정한 벨로루시는 친러 정권들이 잇따라 친미ㆍ친서방 정권으로 교체되는 와중에도 강력한 국가통제경제를 유지하는 등 소비에트의 유산을 지켜온 러시아의 유일한 우방 국가다.
서방국가들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구 소련권 시민혁명 도미노가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 학자 출신의 밀린케비치와 알렉산드르 카즐린(50) 등 야권 후보를 지원하며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민주선거 실시를 압박해왔다.
밀린케비치도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루카셴코 대통령의 시위 금지 경고를 무시하고 대선 결과에 불복종하는 항의 시위를 강행하겠다고 밝히는 등 루카셴코의 승리는 국내ㆍ외로부터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가 “이번 대선은 루카셴코에 대항하는 진정한 투쟁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미국과 EU는 대선 불복종 운동이 구 소련권에서 민주화의 시동을 다시 걸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2004년 국민투표에서 대통령 연임 제한을 풀어 종신 집권의 길을 연 루카셴코 대통령은 서방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대선에 자신의 추종자를 네 번째 후보로 등록시킨 뒤 TV연설에서 “4명 후보가 출마한 것은 민주선거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외국 선거감시단원들의 입국을 거부하고 야당 지지자 300여명을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게 구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벨로루시 국민들은 정치 민주화보다는 안정적으로 먹고 살 길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등 시민혁명에 성공한 다른 구 소련권 국가들과는 달리 벨로루시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독재 집권한 12년 동안 공업발전과 사회안정을 이뤄 민주세력의 도전을 잠재워왔다. 벨로루시의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120달러로, 우크라이나(1,260달러) 그루지야(1,040달러)를 웃돌았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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