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감동하고 있다. 미국을 꺾고 일본을 두 번씩이나 연파하면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에 진출한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감동 그 자체다. 이종범 선수가 2루타를 칠 때, 마무리로 나온 오승환 투수가 마지막 타자 다무라를 삼진으로 잡았을 때 우리는 목젖으로 치솟아 오르는 뜨거움을 느꼈다.
한일전이 끝나고 하루가 지난 17일에도 붕붕 떠있는 기분이다. 마치 4년 전 월드컵 4강에 올랐을 때를 떠올리게 한다. 그 때 우리는 세계를 놀라게 했고 하나가 됐다. 지금도 그렇다. 세계는 놀랐고 우리는 하나가 돼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놀라고 있다. 이렇게 잘 할 수가 있는가. 굳이 “앞으로 30년간 일본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이치로의 오만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도 대회 직전에는 “본선에서 1승만 건지면 잘한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곤 했다. 하지만 결과는 승리, 또 승리였다.
대표팀이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면서 우리는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우리의 저력을 깨닫고 있다. 사실 한국은 작은 나라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계기로 알려졌지만 이집트 남아공 알제리 등 아프리카 53개국의 무역거래량을 다 합해도 우리의 무역거래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커져 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역시 우리는 안돼”라는 자조와 패배주의가 강하게 남아 있다. 특히 정치권이 그렇다. 맹목적인 애국주의 강요도 경계해야 하지만, 이제는 우리 스스로에 대한 긍지를 현실화해야 한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다”는 이종범 선수의 말이 저열한 정쟁 속에서 흐려지지 않도록 정치권과 언론 모두가 힘써야 할 때다.
정상원 정치부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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