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말씀을, 한자를 거치지 않고 우리 문자로 직접 옮긴 것입니다. 우리 언어를 통해, 우리식으로 사유하면서 부처님 말씀을 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각묵(49ㆍ실상사 화엄학림 교수) 스님이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담은 ‘디가 니까야’를 한글로 옮겼다. 인도, 스리랑카 등에서 사용하다 지금은 사어가 된 빠알리어(팔리어) 경장을 원본으로 삼은 것이다. 빠알리어 경전은 생활규범을 담은 율장, 부처의 직계 제가들이 설한 논장 그리고 부처의 설법을 담은 경장으로 구성되는데 ‘디가 니까야’는 5부로 구성된 경장의 하나로 스님이 국내 최초로 번역했다.
스님은 이번 번역의 의의로 석가모니가 행한 설법을 원형에 가깝게 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들었다.불교 경전은 석가모니 사후 빠알리어로 만들어졌으나 국내에는 중국에서 한자로 번역된 경전이 전해졌던 것이다. 한자 경전은 빠알리어 경전과 여러 면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부처의 뜻을 온전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는 게 스님의 주장이다. 그 대표적 보기가 수행용어 ‘사티’다.
“‘사티’는 ‘마음 챙김’ 즉 현재의 마음을 잘 다스리고 잘 챙기자는 뜻입니다. 그런데 옛날 중국의 선사들은 이를 염(念) 즉 단순한 생각으로 번역했고 우리 불교도 이를 그저 염으로만 받아들였던 것이지요. 중국에서 한자로 번역하면서 의도적으로 의역한 부분도 있었을 겁니다. ‘디가 니까야’의 한글 번역은 빠알리어에서 한글로 직역됐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거의 없습니다.”
스님은 ‘디가 니까야’의 번역이 최근 젊은 불자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초기 불전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하는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번역본은 600족이 넘는 책 3권으로 구성돼 있는데 각묵 스님은 이를 단 6개월 만에 한글로 옮겨 주위를 놀라게 했다. 스님은 번역에 몰두하기 위해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아는 사람 없는 태국으로 건너갔으며, 그곳에서 하루 3시간만 나들이를 하고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번역에만 매달렸다.
전국의 선원을 돌며 참선에 몰두했던 스님은 1989년 인도 푸나대학으로 유학, 산스크리트어를 공부했으며 그때부터 빠알리어, 산스크리트어 등의 주요 어휘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등 번역을 준비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