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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특수' 놓고 지상파 3사 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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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특수' 놓고 지상파 3사 추태

입력
2006.03.1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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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와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19일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전 중계를 놓고 법정까지 가는 극한의 감정 싸움을 벌여 국민적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WBC 지상파 중계 주방송사인 KBS는 준결승전을 독점 중계키로 하고 17일 MBC와 SBS를 상대로 서울남부지법에 중계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KBS가 MBC, SBS의 중계 금지를 요구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고, 독점 중계를 하지 못함에 따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KBS측은 3사의 공동 중계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동현 KBS 스포츠중계제작팀장은 “이번 결정은 타사의 중계를 막을 권리가 없다는 것일 뿐 경기 화면 제공을 강제한 것은 아니다”면서 “아직은 공동 중계를 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본래 WBC 경기 국내 중계권을 확보한 곳은 IB스포츠로, KBS는 IB스포츠로부터 매입한 지상파 중계권을 MBC, SBS에 재판매해 1, 2라운드 경기를 3사가 돌아가면서 중계했다. 그러나 준결승 이후 경기 중계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대표팀이 예상을 깨고 4강에 오르면서 분란이 일어났다.

3사간 ‘신사협정’이 깨진 경위에 대해 KBS는 MBC가 협의도 없이 16일 일본전 중계에 이어 준결승전 예고 방송을 내보낸 것을 문제 삼는 반면, MBC와 SBS측은 KBS가 독점 중계를 고집하며 중계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결국 뜻하지 않은 ‘WBC 특수’를 둘러싸고 벌어진 감정 싸움이 법정 다툼으로까지 비화한 셈이다. 3사 관계자들은 18일 회의를 열어 준결승전 중계 문제를 매듭지을 예정이다. WBC 경기에 쏠린 국민적 관심을 감안할 때 3사 공동 중계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며 더욱 깊어진 3사간 갈등의 골은 쉽게 메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3사는 지난해 IB스포츠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이어 월드컵ㆍ올림픽 축구 아시아 예선, 국내 프로농구 등의 독점 중계권을 잇따라 확보하자, “중계권료만 천정부지로 높였다”며 IB스포츠의 재판매에 응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3사 협의체 간사를 맡은 KBS가 2월 전격적으로 IB스포츠와 중계권 계약을 맺으면서 갈등을 빚었다. 그 후 가까스로 ‘신사협정’을 맺었지만, WBC 경기 중계를 놓고 또다시 충돌하면서 감정이 극도로 악화했다.

더욱이 이번 사태로 IB스포츠의 중계권 독점에 대해 3사가 한 목소리로 주장해온 이른바 ‘보편적 접근권’(Universal Access)도 설득력을 잃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보편적 접근권’이란 국민적 관심이 높은 스포츠 경기나 문화 행사 등의 중계를 누구나 볼 수 있는 권리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이를 보장하는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상파 3사는 ‘WBC 특수’를 놓고 이전투구를 벌임으로써 ‘보편적 접근권’ 주장이 결국 자사 이기주의를 ‘국민의 알 권리’로 포장한 것에 불과했음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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