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한국에 복수할 기회가 생겼다.”
미국이 복병 멕시코에 1-2로 무너지는 순간 TV를 시청하던 일본 선수들은 함성을 질렀다. 미국, 멕시코와 함께 1승 2패를 기록했지만 이닝당 실점이 적어 WBC 4강 진출이라는 뜻밖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17일(한국시간) 미국과 멕시코전이 열리고 있을 때 일본 대표팀 오 사다하루(王貞治) 감독은 샌디에이고 시내에 있는 중국 음식점에서 일본 취재진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 “미국이 멕시코에 질 리가 없다”는 이유로 오 감독은 미국-멕시코전 경기 관전을 포기했다.
옆 방에서 TV를 보던 팀 스태프들이 일본의 4강 진출 소식을 전하자 왕 감독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준결승 진출은 99% 힘들다고 생각했다”며 “준결승에 진출한 만큼 한국을 꼭 이기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그는 “지키는 야구는 하지 않겠다”고 말해 과감한 공격 야구를 펼칠 것임을 예고했다.
귀국 비행기를 탈 일만 남았던 일본 선수들도 다시 전의를 불태우는 모습이었다. 19일 준결승이 벌어질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TV를 지켜보던 일본 선수들은 천만 뜻밖의 준결승행에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환호했다.
포수 사토자키 도모야(롯데)는 “나락에 빠졌다 헤어난 기분”이라며 “한국에 3번 모두 질 수는 없다”고 이를 악물었다. 박찬호와 함께 지난해 샌디에이고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오쓰카 아키노리(텍사스)도 “어제 한국에 진 뒤 서재응이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는 장면을 보고 너무 분했다”며 “준결승에서는 한국에 절대 지지 않겠다”고 필승을 다짐했다.
일본 열도와 언론들도 일본 대표팀의 기사회생에 환호했다. NHK, TBS 등 방송사는 ‘일본의 4강 진출’과 ‘미국의 멕시코전 패배’ 소식을 긴급 속보로 전했다.
NHK는 “귀국 준비를 하던 일본 대표팀이 한국과의 준결승에 대비하게 됐다”고 신속히 보도했다. 한 일본인 기자는 “한국과의 축구 경기에서 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야구에서 두차례나 패한 것은 믿기 힘들었다”며 “세번째 기회가 온 만큼 반드시 이겨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샌디에이고=이승택기자 ls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