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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적대적 M&A 방어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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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적대적 M&A 방어책 시급"

입력
2006.03.1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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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의 KT&G 이사회 입성이 현실화 함에 따라 삼성전자 등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재계는 국내 우량 기업의 상당수가 적대적 M&A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다며 정부가 경영권을 방어할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뾰쪽한 대안 없어

재계는 이번 칼 아이칸의 KT&G 사외이사 진출을 ‘트로이의 목마’에 비유한다. 현 경영진과 적대 관계에 있는 사외이사가 선임된 게 처음인 데다, 칼 아이칸이 투기성 펀드라 언제 마각을 드러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자연히 KT&G의 경영권 분쟁도 장기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적대적 세력의 사외이사 진출은 우선 신속한 의사결정과 중장기 투자 등 경영 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사업 등 장기투자보다는 고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요구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기업 내부 정보 유출 위험성도 높다. 칼 아이칸 같은 투기성 펀드의 경우 내부 정보를 활용해 주식 매수ㆍ매도에 악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T&G 사태를 계기로 국내 기업들도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특히 국민은행(84.81%), 삼성전자(53.54%), 포스코(68.40%), 대림산업(58.98%), SK(50.37%) 등 외국인 지분이 50%가 넘는 기업들은 언제라도 제2, 제3의 KT&G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빠져 있다.

문제는 외국인 지분이 높은 우량 기업들은 KT&G처럼 특정 외국 대주주 세력들이 연합할 경우 이사회 진출 등 적대적 M&A 시도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현 상태에서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곤 외국인 우호지분을 많이 확보하는 길 밖에 없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우호지분을 확보하려면 수익을 많이 내 주가를 끌어 올리거나 고배당을 하는 수 밖에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재계, 방어책 시급

재계는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투자유치와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무장해제를 한 M&A 관련 규제를 일부라도 재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상장주식 취득과 관련한 규제 조항은 주식대량신고 규정 및 공개매수 규제 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 상장기업 10곳 중 9곳이 적대적 M&A의 위협에 놓여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입장은 여전히 완고하다. 한덕수 재정경제부 장관이 주장했듯 정부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5% 규정(주식대량보유 공시제도) 등이 마련돼 있어 더 이상의 M&A 방어책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반해 재계는 현재 우리나라의 적대적 M&A 방어 규제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서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국내에는 없는 차등의결권 또는 복수의결권 같은 의결권 추가부여 조항이 영국 미국 프랑스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고, 독약조항(Poison Pill)도 미국 프랑스 일본이 채택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국가들도 이외에 공격자의 매수 규제와 함께 주총 승인을 전제로 한 방어수단을 허용하고 있다.

전경련의 이승철 상무는 “우리나라는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가 선진국과 비교해 너무 미흡해 우량 기업 대다수가 적대적 M&A의 위협에 처해 있다”며 “제2, 제3의 KT&G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가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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