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윤상림씨가 각계 유명 인사와 돈거래한 내역이 적힌 비밀장부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돼 검찰이 장부 추적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김경수 부장검사)는 4개월간의 수사에서 180여개에 달하는 윤씨의 실명ㆍ차명 계좌를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윤씨가 각계 각층의 인사들을 상대로 공갈, 사기 범행을 저지르고 다닌 흔적만 드러났을 뿐이다. 검찰이 윤씨의 비밀장부가 가진 ‘폭발력’에 주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검찰은 최근 참고인 조사에서 윤씨가 평소 로비를 청탁하러 온 사람들에게 이 비밀장부를 보여주며 유력 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은 돈을 매개로 한 윤씨 인맥이 적나라하게 담긴 비밀장부는 수십억원대의 현금, 달러 뭉치와 함께 윤씨의 서울 논현동 자택 철제 금고에 보관돼 있었다.
윤씨는 지난해 11월20일 김포공항 귀빈 주차장에서 체포되기 전 도주극을 펼치면서도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후배 양모씨에게 장부를 치우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윤씨 검거 며칠 뒤 윤씨 자택을 압수수색했으나 금고에는 차용증 몇 장만 남아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14일 양씨를 오랜 추적 끝에 검거했지만 아직 장부의 행방은 찾지 못했다. 양씨는 “윤씨 지시로 집을 찾아가 금고를 열었지만 비밀장부는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씨는 도주 중에도 윤씨와 돈거래를 했던 인사 6∼7명과 접촉해 “돈 거래 명목을 대차관계로 해달라”며 진술조작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런 석연치 않은 행보에 비춰 양씨가 어딘가 비밀장부를 숨겨놓았을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윤씨는 현재 경기 하남시 풍산지구 개발, 제2롯데월드 건설 등 각종 이권사업과 형사사건 청탁을 위해 정치권ㆍ검찰ㆍ경찰 등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이 사라진 장부 찾기에 성공하면 검은 커넥션의 전모도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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