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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의 봄/ 우리도 재즈 전용극장 가질 때 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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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의 봄/ 우리도 재즈 전용극장 가질 때 된 것 아닌가

입력
2006.03.1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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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의 재즈 클럽 ‘천년동안도’에 재즈 뮤지션들이 인정하는 골수 재즈 마니아들이 모였다.

개인적 교분도 없고, 한자리에 모인 것도 처음이지만, 재즈를 향한 마음은 한결같았다. 박대식(51ㆍ새음악기사 대표ㆍ이하 식), 이경업(44ㆍ대림스틸스㈜ 대표ㆍ이하 업), 박평준(46ㆍ나루 아트 센터 극장장ㆍ이하 준) 씨.

재즈맨들의 악기를 전문적으로 봐주는 악기사 사장으로서, 그들이 빚어내는 찰나의 열정을 담아 온 사진가로서, 클래식 가수 출신이지만 재즈맨들의 무대를 만드는 데 앞장 서고 있는 공연장 경영자로서, 그들은 각각 독특한 방식으로 재즈맨들과 부대껴 온 사람들이다. 재즈맨들을 가까이 지켜봐 온 이 클럽 대표 임원빈(56ㆍ이하 빈)씨도 간간히 거들었다.

-10여년 전 재즈 광풍을 경험한 한국의 재즈는 지금 어떤 길을 가고 있나.

▦식=관객의 기반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았으나, 재즈란 어렵다는 일반의 인식은 여전하다. 경제력도, 클래식과도 인연 없던 재즈가 지금은 클래식적 기반 위에 미국에 유학 가서 당당히 실기를 마치고 오는 뮤지션과 공존하고 있다. 중요한 변환기다

▦준=10년 안으로 완전한 세대 교체가 이뤄질 것이다.

-재즈는 연주자 개개인의 기량에 따라 천변만화하는 개성의 음악인데, 저작권이 재즈에도 적용될까.

▦식=A급 주자뿐 아니라 B급, C급의 주자를 위해서라도 실연자 저작권법이 생겨야 한다.

▦빈=재즈 발전을 위해서는, 능력 있는 재즈맨들의 주도로 저작권 관련 사단법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개성 강한 재즈 뮤지션 특유의 철저한 개인주의 때문에 단합 투쟁이 가능할까?

▦준=그렇게만 된다면 우수한 재즈맨은 한 달에 수천만원의 수입도 가능하다.

-재즈 문화의 시금석인 재즈 클럽 문제는.

▦식=시설 경쟁을 지양하고 음악의 질로 가야 한다. 라이브 재즈 카페의 음향이 너무 커, 대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없다.

-불법 복제나 정책적 지원의 문제는.

▦식=밤새도록 작곡해 1급 세션맨들과 만든 CD를 1,500장은 팔아야 하는데, 당장 전국에 불법 복제물이 범람하더라는 이정식 씨의 푸념을 들었다.

▦준=클래식은 정부의 지원책이 있으나, 재즈에게는 전무하다. 재즈를 상업적 장르로만 보는 시각 때문이다.

▦식=재즈맨들의 조직적 대응이 필요하다.

-재즈 전용 극장의 가능성은.

▦준=전용 극장이 당연시 되는 클래식처럼 재즈 역시 진지한 음악의 기본이다. 뭣보다 재즈맨들이 주체적으로 제기해야 할 문제지만, 재즈를 상업적 장르로만 보는 정책 결정자의 시선 역시 문제다

▦식=정책 결정자의 의지만 있으면 쉬운 일이다.

-재즈가 갖는 실제적 효과가 있다면.

▦준=비기자면, 재즈는 인문학이나 자연과학 같은 초석이다. 클래식 전용 공연장의 재정 자립도가 30% 남짓인데도 유지시키듯, 재즈도 눈으로 볼 수 없는 큰 효과를 창출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식=굉장한 기교가 필요한 재즈는 클래식보다 상위 장르다. 외국에서는 클래식 마스터가 재즈를 한다, 재즈는 실용 음악이 아닌 정규 음대에서 가르쳐야 한다.

-한국의 재즈를 위해 제언한다면.

▦준=재즈는 시장논리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책 입안자와 공연장주의 결단이 필요하다.

▦식=사업상 자주 보는 프랑스의 음악 관계자가 “데이비드 샌본을 좋아한다”고 해서 무심코 “복사(copy)해 줄까?”라고 물었더니, “됐다(No thank you)”라고 하는 바람에 머쓱했던 적이 있다. “우리는 불법 복제품 소지만으로도 벌금을 낸다”는 말이 이어지더라. 이런 마인드만 있으면 우리 재즈는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 위정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희망적인 말도 들려달라.

▦불과 몇 년 새, 재즈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희망의 싹은 거기 있다.

여자들의 수다 같은 편한 대화가 끝나자 이 씨는 최근 발행한 사진집 ‘재즈 인 서울’을 각자에게 선물하고, 현장에서의 만남을 기약했다. 클럽 천년동안도는 8월 25일 있을 ‘10주년 기념 연주회’ 준비 작업으로 이 날도 바빴다. 안숙선 김덕수와 같은 대스타가 재즈에서도 어서 나오길 바라는 마음을 안고, 그들은 여전히 재즈가 있는 곳에서 서성대는 서로를 알아볼 것이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 '재즈의 아리랑' 스탠더드부터 감상을

스탠더드 재즈와 친교를 트는 길이 첩경이다. 스탠더드 재즈란, 말하자면, 재즈의 ‘아리랑’ 같은 것이다. 원래의 ‘아리랑’이 갖가지 ‘아리랑’의 변주를 낳듯 스탠더드도 대를 이어 변형돼 왔다.

예를 들어, 현재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뭉뚱그리는 곡을 들라면 단연 윤도현의 ‘아리랑’일 것이다. 한국인의 신명과 희구, 집단 무의식 등을 오롯이 담고 있는 그 곡은 한국의 전통 음악으로 트인 오솔길이기도 하다. 그 곡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적 록, 원래의 ‘아리랑’, 무수한 변종 ‘아리랑’은 물론 나아가서는 판소리나 ‘수제천’(壽齊天ㆍ아악의 한 가지로, 궁중의 중요한 연례와 무용에 연주되던 관악) 같은 정악까지도 나오게 돼 있다.

‘Misty’, ‘Lover Man’, ‘Autumn Leaves’, ‘I Love You Porgy’ 등 스탠더드라 불리는 텍스트들은 지금도 어디선가 연주되고 있다. 그것은 자신의 개성적 재즈를 효율적으로 천명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가장 개성적인, 나만의 ‘아리랑’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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