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씨의 대작 ‘태백산맥’이 만화로 개작된다 했을 때, 그 ‘색깔’이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스밀지 우려가 없지는 않았던가 보다. 그에 조정래씨는 “‘태백산맥’을 이룬 것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휴머니즘”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박산하씨는 원작의 잔뿌리를 적절히 다듬으며 그 거대 서사의 핵심을 추려 만화 ‘태백산맥’(전10권)을 완간했다. 조정래씨는 요즘 7살, 4살의 손자들에게 이 책 읽어주는 재미에 흠뻑 젖어있다고 한다.
만화 ‘태백산맥’은 300명에 가까운 원작 인물을 100여 명으로 추렸다. 대신 주인공들의 유년기를 모으고, 일부 서사를 창작해 1권 도입부에 실었다. 어린이ㆍ청소년 독자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한 배려다. 질퍽한 남도 사투리가 표준어로 바뀐 점, 원작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목이라 할 정하섭과 소화의 사랑과 가장 뜨거운 대목 중 하나인 염상구와 외서댁의 서사 등을 뺀 것도 주독자층을 염두에 둔 불가피한 변질이다.
원작자와 만화가는 작품 무대인 지리산과 전남 보성ㆍ벌교를 답사했고, 인물들의 머리 모양과 신발 안경 등도 고증을 통해 최대한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그림으로 형상화한 봉건과 피식민, 전쟁과 분단의 맥락과 상처들은, 아마도 어린이들이 처음 대면할 우리 현대사의, 그리고 휴머니즘에의 위대한 헌신의 옹골찬 기록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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