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통쾌한 승리다. 개인적으로 지난 1984년 베로비치 다저타운에서 피터 오말리 전 LA 다저스 구단주와 지금은 고인이 된 알 캄파니스 전 단장을 만났을 때, 그들은 한국야구가 하루 빨리 세계무대로 진출하길 바란다고 얘기했다. 오늘 그 목표가 1차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그 동안 미국과 일본 야구가 한국을 경시한 측면이 있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6전 전승을 거두며 한국 야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오늘 승리의 주역은 역시 선발 박찬호다. 메이저리그에서 개인 통산 106승을 거둔 베테랑 투수 박찬호는 일본 타자들을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압도했다. 한국은 오늘 지더라도 실점을 6점 이내로 막기만 하면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는데 박찬호의 호투로 경기 운영에 한층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타선에서는 그 동안 부진했던 톱타자 이병규와 주장 이종범이 제 몫을 해냈다. 8회 이병규는 중전 안타로 득점의 발판을 마련했고, 일본 프로야구에서 뛴 경험이 있는 이종범은 정상급 투수 후지가와와의 수 싸움에서 이기며 결승 2루타를 쳐냈다. 역시 큰 경기에서는 노련미와 경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경기 전 만난 오 사다하루(왕정치) 일본 대표팀 감독은 “3점을 뽑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는데 결국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사령탑의 초조함이 경기 결과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 있다. 우리가 단기전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해서 결코 미국이나 일본보다 앞선다고 자만해선 안 된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저변 확대와 인프라 구축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국 야구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팀 전력분석위원 겸 MBC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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