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실용성을 넘어 예술로 진화한 가구 디자인을 보여주는 전시가 여러 군데서 열리고 있다. 가구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서미 앤 투스 갤러리의 ‘스칸디나비아 가구전’ 이후 부쩍 커졌다.
당시 전시는 고가의 전시품들이 모두 팔려나갈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를 반영하듯 가구가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위대한 의자, 20세기의 디자인’은 지난 100년 간의 세계 의자 디자인의 흐름을 보여준다. 전시품은 스위스 비트라 디자인 미술관이 엄선해 가져온 100여 점이다. 찰스 임스, 이에로 사리넨, 베르너 펜턴, 재스퍼 모리슨 등 유명 작가들의 의자들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것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미스 반 데어 로에, 프랭크 게리 등 위대한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의자다.
공간을 설계하는 건축가의 감각이 의자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 살피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다. 건축가의 가구 디자인은 서구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오랜 전통이다. 최근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 알바 알토, 장 프루베, 찰스 임스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도 건축가다. 오늘날 건축은 모든 디자인을 포괄한다.
쇳대박물관에서 24일 시작하는 ‘건축가의 가구전’은 좀더 분명하게 이를 보여주는 자리다.
이 건물을 설계한 승효상을 비롯해 12명의 국내 건축가들이 만든 금속제 가구 25점을 선보인다. 금속을 주재료로 섬유, 목재, 아크릴 등 다양한 소재를 결합한 의자, 탁자, 조명, 소파 등이 나온다. 많은 국내 건축가들이 자신이 설계한 건물에 어울리는 가구와 소품을 꾸준히 만들어왔지만, 이러한 가구나 소품이 제대로 조명을 받은 적은 거의 없다.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은 새로운 거래 품목으로서 가구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옥션 강남점의 ‘20세기 빈티지 가구전’은 가구의 국내 미술시장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한 전시다. 외국에서는 가구가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기 품목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몇몇 화랑이 간헐적으로 전시하고 팔았을 뿐 경매에서 취급된 적은 거의 없다.
‘빈티지 가구’는 대량 생산이 본격화하기 전인 20세기 초 만들어져 지금까지 사용돼온 중고 가구를 가리키는 것으로, 희소성과 역사성 때문에 가치가 있다.
이번 전시는 1940, 50년대까지 20세기 전반 50년을 다루고 있으며, 토넷, 알바 알토, 찰스 & 레이 임스, 아르네 야콥슨, 이사무 노구치, 한스 베그너 등의 작품을 포함하고 있다. 서울옥션은 이번 전시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을 보아 가며 앞으로 가구를 본격적인 경매 품목으로 독립시킬 계획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