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한국시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2차 한일전이 끝난 애너하임 에인절 스타디움 기자회견장.
8회 2사 2, 3루의 찬스에서 2타점 결승타를 친 이종범(36ㆍ기아)은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결승타를 쳤을 때의 소감을 묻자 당시의 감격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 “동포들의 뜨거운 함성 속에 2루타를 치는 순간, 내가 진정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종범은 “경기 내내 ‘대~한민국’이라는 응원 소리가 들릴 때마다 가슴이 벅차 올랐다”며 “일본전 만큼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그 순간 일본에서 겪었던 아픈 추억도 떠올랐다”고 했다.
사실 이종범은 일본과 악연이 있다.
1993년 국내 프로야구 데뷔 이후 ‘천재 타자’로 군림했던 이종범은 98년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에 입단했다.
그러나 일본 투수들이 한국에서 건너온 그를 가만놔둘리 없었다.
이종범은 데뷔 첫 해 팔꿈치에 빈볼을 맞고 쓰러졌다.
재활 치료를 받고 복귀했지만 부상 후유증으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해보지 못한 채 귀국해야 했다.
그런 이종범이 이날 평균시속 147㎞의 공을 던지는 이시이 히로토시(야쿠르트)로부터 결승타를 뽑아내며 가슴에 쌓였던 씁쓸한 기억도 날려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겸손했다.
이종범은 “우리가 두 경기 모두 이겼지만 일본 야구는 아직도 수준이 높다”며 “팀워크과 단결력에서 한국이 앞섰기 때문에 그들을 이길 수 있었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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