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생겨난 신조어 ‘메트로 섹슈얼(Metrosexual)’. 패션과 외모 등 여성적인 취향으로 자신을 가꾸는 남성을 일컫는 말이다. 탤런트 권상우나 가수 비 스타일이었다.
2005년에는 메트로 섹슈얼의 변종으로 남성성에 무게가 실린 ‘위버 섹슈얼(Ubersexual)’이 나왔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의 남자 주인공이었던 김주혁이 위버 섹슈얼의 대표적인 이미지. ‘거친 듯 부드러운 남성’이란 의미다.
올해도 어김없이 새 말이 나왔다. ‘크로스 섹슈얼(Crosssexual)’이다. 의상이나 머리스타일, 액세서리 등을 하나의 패션 코드로 생각하고 치장을 즐기는 남성 스타일. 다만 행동과 말투는 남성스럽다는 게 특징이다. 이들은 규격화된 메트로섹슈얼이나 위버섹슈얼을 거부하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개발해 색깔을 찾아간다. 결코 유행이나 한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는 것. ‘믹스테입 섹슈얼(Mixtapesexual)’이라고도 한다.
‘왕의 남자’로 스타덤에 오른 이준기가 3월부터 선보인 지오다노 지면광고 속 주인공 이미지가 바로 그것. 미용실에서 스타일링하고 휴대폰으로 장난도 치고 경호원이 씌워주는 우산을 마다하고 봄비를 즐기는 남자다. 12인조 ‘슈퍼주니어’의 멤버 김희철이나 ‘SS501’ 김형준의 의상이나 머리 스타일, 액세서리 등도 크로스 섹슈얼의 전형을 보여준다.
최근 대홍기획이 15~39세 남성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외모는 남성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라고 답한 사람이 86%나 됐다.
제일기획이 20~30대 초반 미혼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 대부분이 한 달 용돈이나 월급의 절반을 ‘의류 구입비와 미용비’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들의 관심과 돈이 외모, 크로스 섹슈얼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헤어스타일이나 점퍼, 시계, 속옷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자기외형을 완벽하게 치장하는 크로스 섹슈얼 바람을 탄 남자들. 이들의 의류선택은 까다롭다. 소재도 여성복 못지않게 다양하고 크고 화려한 꽃무늬의 다소 파격적인 디자인도 거리낌 없이 입는다. 핑크, 노랑, 연두 등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색상의 상의나 하의도 어울리기만 한다면 망설이지 않는다.
이뿐인가. 엉덩이를 위로 받쳐주는 남성용 거들 ‘드로즈’(몸에 착 달라붙는 사각팬티)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고, 바지에 드러나는 팬티라인을 숨기기 위한 T팬티도 많이 찾는다. 머리도 부드럽게 세팅하거나 숱을 쳐서 층을 많이 낸 스타일을 즐기고 지저분한 털을 제거하는 제모상품과 눈썹연필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남성용 클렌징이나 에센스, 팩 등 미백효과를 내는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자칭 ‘청바지 광’이라는 김준호(34ㆍ회사원)씨는 “청바지 하나 살 때도 브랜드별로 꼼꼼히 따져보고 내 체격과 스타일에 맞는 것으로 구입해요. 여자친구도 그걸 알기 때문에 섣불리 자기 마음에 든다고 사서 선물로 주지 않지요. 맘에 안 들면 절대 안 입으니까요. 옷 하나 사는 데 투자하는 시간은 최소 3~4시간입니다”라고 말했다.
크로스 섹슈얼 마케팅도 뜨고 있다. 예쁜 남자의 상징인 크로스 섹슈얼이 기업의 마케팅과 맞물려 일어난 현상. 동성보다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는 심리를 활용해 미용, 화장품, 의류까지 전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의 서정미 팀장은 “과거 여성의 전유물로 생각됐던 직종으로 남성이 활발하게 진출하는 등 남성의 사회적 역할이 변하면서 생긴 자연스런 현상”이라며“패션, 외모뿐 아니라 건강이나 시간관리 등 전체적인 라이프 스타일까지 변화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개개인의 개성연출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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