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야구 애증의 역사

한일 야구는 애증의 역사를 안고 있다. 분명 일본이 한 수 위이긴 하지만 1980년 이후 역대 한일전에서 한국이 거둔 25승38패의 성적표가 이를 방증한다.

한국이 일본 야구에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는 198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일본과 만난 한국은 약관의 대학생 선동열의 역투 속에 8회 2-2 동점에서 한대화가 3점 홈런을 작렬시키는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1995년 선동열을 시작으로 프로선수들이 일본에 진출하면서 멀기만 하던 한일 야구의 체감 거리는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양국 야구는 본격적인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양국 드림팀간 첫 대결로 기록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한국은 일본에 충격적인 패배를 안기며 동메달을 따냈다.

당시 예선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7-6으로 일본을 꺾은 한국은 일본과 다시 붙은 3,4위 전에서 구대성의 완투와 이승엽의 결승타로 3-1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일본은 2003년 11월 삿포로에서 아테네올림픽 예선을 겸해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에 0-2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빚을 되갚았다.

대만에도 진 한국은 졸지에 올림픽 진출이 좌절되는 쓴 맛을 맛봤다. 2년 반 동안 벼르고 벼르던 한국은 마침내 제1회 WBC에서 일본에 2연패라는 수모를 안겨줬다.

한준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