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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오만한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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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오만한 편견

입력
2006.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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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무스레한 피부에 눈도 코도 뚜렷뚜렷 잘 생긴 청년이었다. 인도인 같기도 하고 서남아 사람 같기도 했다. 털실로 짠 검은 모자를 쓰고 한쪽 어깨에 가죽가방을 메고 발치에는 대형마트 봉투를 내려놓고 있었다. 나처럼 서울역에 있는 대형마트에 들러오는 모양이었다. 우리 동네에 외국인이 제법 살기에 같은 버스를 기다리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타는 버스에 타지 않았다. 이촌동이나 한남동이나, 뭐 우리 동네보다는 잘 사는 동네로 가나 보았다. 어쩐지 기운차고 말끔해 보였었다. 우리 동네 외국인들은 대개 동남아 사람인데 불안하고 까칠해 보인다.

이따금 그들의 삶과 안부가 궁금하다. 이 동네를 어떻게 알고 오게 됐는지, 직장은 어디며 무슨 일을 하는지, 이웃과는 어떻게 지내는지, 행복하신지.

예전 우리나라의 외국인들은 내국인들보다 강하고 부유한 사람들이었다. 지금은 내 이웃 외국인들처럼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래선지 내게도 편견이 생겼다. 얼마 전 신문에서 우리나라를 방문한 동남아 고교생 단체사진을 보면서 그걸 알았다. 환히 밝고 당당한 그 얼굴들! 어, 저 나라에도? 의표를 찔렀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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