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사치와 부정축재로 악명을 날린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 마르코스(76)가 자신과 가족들에 대한 소송을 취하해 주는 조건으로 100억 달러에 이르는 재산을 어느 정도 양보하겠다는 뜻을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20년 동안 대통령 직속 ‘좋은정부위원회(PCGG)’와 맞서며 끝까지 자신의 재산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이멜다는 15일 변호사 로베르토 시손을 통해 이 같은 제안을 PCGG에 전달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시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녀가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계속 대립하기보다는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며 “국내외에 은닉해놓은 재산을 포기하는 대신 정부가 제기해놓은 수백건의 민사소송을 취하해주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PCGG는 지난 1986년 ‘피플파워’로 마르코스 대통령이 축출된 지 3일만에 마르코스와 그 가족의 국내외 재산을 압류, 환수하기 위해 구성됐다. 그간 PCGG는 스위스 은행의 예금을 포함 12억달러에 이르는 현금과 각종 보석, 5억 달러 상당의 주식 등을 거두어 들이는 성과를 올렸으나, 40억 달러가 넘는 부동산과 8,000만 달러에 이르는 해외 재산은 소송에 묶여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1,200여 켤레에 이르는 구두를 모아 전시회를 벌일 정도로 구두 수집광인 이멜다는 100캐럿이 넘는 페르시아산 핑크색 다이아몬드가 박힌 목걸이와 31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박힌 팔찌 등 보석류도 2,000만 달러 어치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해 이 보석을 경매에 내놓으려 했으나 이멜다 측이 이의를 제기해 경매에 실패한 바 있다. 시손은 “이멜다는 그 보석들이 박물관에 전시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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