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민영화를 핵심으로 하는 영국의 중등 교육개혁법이 15일 하원에서 가결됐다.
영국은 사회가 위기다 싶으면 교육에 손을 대곤 했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1997년 취임 이래 “교육이 최대의 경제정책”이라며 공교육 개혁을 추진해왔다.
1980년대 초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 총리도 영국병 치유를 외치며 자유주의 방향으로 교육개혁을 단행했다.
블레어 총리의 교육개혁은 공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학교 운영 권한을 외부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이날 하원은 찬성 458대 반대 115의 전폭적인 지지로 블레어 총리의 손을 들어주었다.
영국의 공교육은 지금까지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지방정부가 주된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1만3,000개의 공립학교를 운영해온 지방정부는 앞으로 학교설립 등에만 관여하게 된다.
새 법은 학부모나 사업가, 비영리 법인의 ‘트러스트’ 등에 학교운영권을 개방했다. 최근 영국에서 인기를 끄는 특수목적 학교의 설립도 허용했다.
또 교사 채용이나 학생 선발, 학사 내용 결정을 학교에 맡겼다. 트러스트 학교는 학생선발 권한을 갖는 대신 선발기준과 과정은 엄격하고 투명하도록 했다.
이번 법으로 ‘학부모가 운전석에 앉았다’고 표현될 만큼 학부모 권한이 커졌다.
학교의 트러스트 선택, 학교 증설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학사행정의 불만사항은 정부의 교육기준청(OFSTED)에 감사를 요청할 수 있다.
경쟁력이 없는 학교는 급속히 퇴출될 수밖에 없다.
영국 교육부도 새 법이 학교 퇴출을 겨냥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다만 퇴출군에 속한 학교에는 1년의 시한을 주고 ‘성적’을 내도록 하게 된다. 인기가 높고 경쟁력이 있는 학교에는 증설과 추가학생 모집을 허용한다. 가난한 지역 학교들에는 3,000만 파운드를 특별 지원키로 했다.
개혁법은 혁신적인 내용이지만 교육의 양극화를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때문에 이날 표결에서 블레어 총리가 속한 노동당 의원 52명이 반대하고 25명이 기권했다.
노동당 콜린 버건 의원은 “개혁법이 교육에 시장주의와 경쟁원리, 차별주의를 도입했다”고 비판했다.
그렇잖아도 지도력 약화에 시달리고 있는 블레어 총리로선 상처뿐인 승리인 셈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