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시민단체들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을까. 영리와 무관하게 공익을 추구하는 시민단체라 해도 최소의 투입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게 좋다는 경제성의 원칙에선 예외가 아니다. 진단 결과, 시민단체에서도 조직 중복이나 무계획적인 업무추진 등 비효율이 적지 않게 발견됐다.
아름다운재단 산하 아름다운가게는 지난해 12월28일부터 올 2월28일까지 우리은행 기업컨설팅팀으로부터 정밀 경영실사를 받았다. 효율적 운영을 고민하던 아름다운가게가 우리은행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시민단체에 대한 경영컨설팅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름다운가게는 기부받은 물품을 재가공하거나 자체제작 제품을 팔아 그 수익으로 공익사업을 벌이는 단체. 일반적인 시민단체처럼 사회적 이슈를 생산하는 곳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운영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업 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은행원 4명이 2달 동안 원가절감 측면에서 들여다 본 아름다운가게는 문제가 적지 않았다.
핵심업무인 기부품 수거의 경우 10대의 차량이 접수를 받아 수도권 전역을 그때그때 돌아다니다 보니 하루에 같은 곳을 두 번 갈 때도 많았다. 컨설팅팀은 지역별로 접수를 모아 2,3일 간격으로 한번에 돌면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서울과 안양, 두 곳으로 나뉜 생산센터도 통합하고 기증받은 건물에 막상 차렸지만 입지조건이 나빠 손님이 찾지 않는 ‘한계매장’도 과감히 정리하라고 충고했다.
7개국에 21개나 되는 팀도 4국 12팀으로 줄이도록 했다. “새 사업이 생길 때마다 무작정 조직을 늘리다 보니 업무중복은 물론, 의사소통도 잘 안 되더라”는 게 은행의 진단.
아름다운가게는 “버리는 비용을 아껴 공익에 더 많이 쓸 수 있게 됐다”며 최근 은행측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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