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16일 “내 머리 속에는 자주냐, 동맹이냐는 없고 오로지 한반도 평화와 국익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임을 전후해 보수세력으로부터는 좌파주의자로, 여권 내 자주파로부터는 친미주의자로 비난 받았던 이 장관은 자신의 좌표를 실용적 국익론자로 규정한 것이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대 정치ㆍ외교학과 동창회 주최 조찬특강에서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욕 먹는 것도 재주”라는 한 참석자의 비평에 이 같이 답했다.
그는 “참여정부는 자주와 동맹, 한미관계와 대북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예단을 갖고 여러 색깔을 덧칠하지만 (정부는) 국가의 안전과 평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박정희 대통령도 미군철수 문제가 나오자 자주국방을 강조했지만 참여정부는 협력적 자주국방을 얘기했지 자주외교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우리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주외교를 한다고 3년 내내 공격하더라”고 지적했다.
정상회담의 정치적 이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북문제를 정치에 이용해 이득을 보기 어려운 게 우리의 구조”라고 반박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한다면 특정 시점을 잡아 정상회담을 열겠지만 그렇게 되면 (북한과의 협상에서) 뒤지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 “북이 정치적으로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겠지만 대선을 앞두고 정상회담을 갖자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임기 말인데 차기 대통령과 하겠다고 하지 않겠는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금 한반도에 굉장히 미묘한 정세변화 흐름이 있다”면서 “미국이 북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북한의 개방의지를 확인해보고 싶어한다”며 “우리에게는 도전적 요인도, 기회의 요인도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1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이후 미 행정부 인사들이 중국을 통해 북한의 개혁개방 의지를 탐문했던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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