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새만금 사업 판결은 공공사업이 이미 상당한 정도로 진행된 상태에서 사업 중단을 요구할 때 적용될 법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대규모 공공사업에 대해 사정변경 및 공익상의 필요 등을 이유로 사업의 전면적 중단을 요구한다는 점에 이번 사건의 특이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은 사업을 계속함으로써 발생하는 환경 피해 및 추가 사업비용과, 사업을 중단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경제적 가치 및 이미 지출된 비용을 비교하는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이번 사건처럼 원고측이 사업을 중단해야 할 이유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할 경우 대규모 공공사업을 진행도중 중단시킬 수는 없게 되는 것이다. 이번 판결이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공사나 경인운하 건설 등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국책사업 판결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법원이 환경론보다 개발론에 너무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사업 추진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정책적인 관점이 아니라 사업 취소의 필요성 등에 대한 법률적인 관점에서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정책적인 문제는 정부와 관련기관이 결정할 문제지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대법원이 환경문제 등 원고측 주장에 대해 깊이 고심한 흔적은 상당부분 엿보인다. 4명의 대법관은 이례적으로 보충의견을 제시하면서 “정부쪽 손을 들어줬다고 개발 가치에 비해 환경 가치의 중요성을 낮게 평가하는 입장을 취했다거나 환경보전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4년 7개월 간의 법정 공방은 마무리됐지만 논란에 종지부를 찍지는 못한 셈이다. 결국 공은 다시 정부로 돌아갔다. 정부가 새만금을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개발해 ‘제2의 시화호’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느냐에 따라 이번 판결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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