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1-2 패배가 확정된 직후 애너하임 에인절 스타디움 3루측 일본 대표팀 더그아웃.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일본의 천재 타자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30년 동안 넘볼 생각을 못하게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그였다.
승리의 기쁨에 환호하던 이치로는 혼자 외마디 욕설을 퍼부으며 그라운드를 등졌다.
숙소로 돌아가던 이치로는 일본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오늘은 내 야구 인생에 있어 가장 굴욕스러운 날”이라는 말로 패배의 충격을 전했다.
이날 이치로는 ‘사무라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싸움꾼’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이치로는 첫 타석에서 박찬호로부터 중전 안타를 뽑아내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후속 타자의 범타로 득점에 실패했고, 3회에는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6회에는 보내기 번트로 선행 주자를 2루로 보냈으나 팀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8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회심의 한방을 노렸지만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일본에서 7년 연속 타격왕 자리에 오른 뒤 2001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그는 미국에서도 통산 3할3푼2리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2004년에는 262안타로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웠다.
이치로는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이날 경기에서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였다.
파울 타구를 놓쳤을 때도, 한국선수단이 그라운드에서 환호할 때도 욕설을 퍼붓는 등 분을 삭이지 못했다.
3할 타율이 그의 전매 특허지만 이날 현재 이치로의 WBC 타율은 2할9푼2리에 그치고 있다.
애너하임=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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