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나잇 앤 굿럭’(Good night and good luck)은 서부영화(western movie)와 대칭을 이룬다는 의미에서 ‘동부영화’(eastern movie)라 칭할 만하다. 서부에 악의 무리를 소탕하는 총잡이들이 있다면, 동부에는 칼보다 강하다는 펜으로 악을 제압하는 방송사 뉴스앵커가 있다. 뉴욕의 재즈바와 날선 양복, ‘올빽’으로 빗어올린 앞머리는 황야, 말, 카우보이 모자와 짝패를 이루며 ‘이스턴 무비’를 구성한다.
그러나 거칠 것 없는 힘과 용기로 악을 제거하고도 비장하게 스러져가는 서부의 카우보이처럼, 동부의 이 ‘펜잡이’도 결국 시대와 함께 힘을 잃고 만다.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가 감독으로 나서 그 역량을 과시한 영화 ‘굿나잇 앤 굿럭’은 미니멀리즘의 세련된 연출이 돋보이는 독특한 흑백영화다. 때는 1950년대 초반. 미국 방송사 CBS의 인기 뉴스 다큐멘터리인 ‘시 잇 나우’(See it now)의 앵커 에드워드 머로우(데이비드 스트라던)는 그의 뉴스팀과 함께 이른바 ‘빨갱이 사냥’으로 미국 전역을 레드 콤플렉스로 몰아넣었던 조셉 매카시 상원의원에 맞서 진실 보도에 나선다.
과감한 클로즈업과 암전, 침묵과 다변이 강렬한 콘트라스트를 이루는 이 영화는 자료화면으로만 등장하는 매카시 의원의 연설 장면과 실제 촬영한 영상을 매끄럽게 연결하며 영상문법을 잘 모르는 관객에게도 영화가 편집의 예술이라는 말을 증명해 보인다. 특히 주연배우 스트라던을 숭모하는 듯한 카메라의 시선은 담배를 손에 물고 뉴스를 진행하는 그의 얼굴을 화면 가득 잡으며 지적이고 냉철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그의 카리스마를 강렬하게 돋을새김한다.
그러나 머로우는 승리하고도 패했다는 의미에서 비극서사의 영웅이다. 매카시 의원은 몰락시켰으나 밀려오는 엔터테인먼트의 파고를 넘지 못한 채 좌초하고 마는 이 뉴스팀은 되레 ‘TV의 도덕적 몰락’을 통해 나날이 쇠약해져 가는 저널리즘의 힘과 소명에 대해 차분한 사유의 계기를 제공한다. ‘굿나잇 앤 굿럭’은 ‘시청자 여러분, 편안한 밤 되십시오’에 해당하는 앵커 머로우의 클로징 멘트. 16일 개봉. 12세.
박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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