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를 남미좌파 동맹의 상징으로.
코카재배 농민 출신인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에 이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내달 9일 치러지는 페루 대선의 유력주자로 떠오른 오얀타 우말라 예비역 육군 중령이 잇따라 코카의 상용화를 외치며 미국에 맞선 ‘코카 동맹’을 구축하고 나섰다.
마약 코카인의 원재료인 코카는 미국이 재배를 억제하기 위해 매년 수십 억 달러를 쏟어붓는 대 중남미 외교정책의 핵심. 그러나 최근 남미의 주요 좌파 정부들이 코카 합법화를 넘어 이를 상용 음식재료로 이용하겠다고 공언하며 미국의 입장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코카 재배 농민과 단체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는 모랄레스 대통령의 최측근들은 지난달 가장 먼저 코카 잎을 초등학생들의 아침 급식에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모랄레스 정부는 고산지대 농민들이 고산병을 치유하고 배고픔을 참기 위해 껌처럼 질근질근 씹어 먹어온 코카 잎의 가루액을 빵가루와 섞으면 한창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좋은 영양분이 될 것이란 입장이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지난 주말 콘돌리사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 코카 잎이 새겨진 안데스 전통악기를 선물해 코카 정책이 미국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것임을 은연중 내비쳤다.
내달 페루 대선의 좌파 돌풍을 이끌고 있는 우말라 후보는 ‘코카를 일반 음식으로’란 획기적인 대선 공약을 내걸었다. 기존 부패 정치권에 대한 강한 혐오감을 등에 업고 ‘민중의 희망’으로 급부상한 그는 빈민층과 인디오 농민들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는 모랄레스 대통령 처럼 코카인의 불법 제조 및 밀거래에는 반대하지만 코카 재배의 무조건적 말살 정책에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남미 좌파의 맹주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코카 상용화 정책에 가세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14일 자국을 방문한 타바레 바스케스 우루과이 대통령과 협동조합 공장을 둘러본 뒤 “코카인과 코카는 다르다”며 코카 잎 가루를 섞어 빵을 굽는 데 베네수엘라가 동참한다고 밝혔다. 차베스는 안데스 고산지대 농민들의 전통 농산물인 코카가 ‘훌륭한 영양식품’이라며 지난 수세기 동안 인디오들이 재배해온 코카가 ‘마녀사냥’식으로 공격받는 상황을 반전시켜야 한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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