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어제 700회째 ‘수요 시위’를 했다. 1992년 1월 8일부터 15년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단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해 온 피해자 할머니들과 관계자들의 치열한 투쟁은 이미 세계가 높이 평가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와 우리 사회가 그 구성원들이 당한 인권 유린에 대해 눈 감고 귀 막고 있는 사이 수요집회는 국제사회에서 군대 위안부 동원ㆍ운영 행위를 인륜에 반하는 범죄로 인정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정대협이 대만, 일본, 필리핀 등 외국 시민단체들과 함께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한 이후 1996년 유엔 인권위원회는 ‘위안소 설치는 국제법 위반이며 일본 정부는 법적 책임을 지고 진상 규명, 공식 사죄, 책임자 처벌 등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일본 정부는 적절한 배상을 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유엔과 ILO의 보고서는 현실적 구속력이 약하고, 히로히토 일본 천황과 일본군 간부들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2000년 도쿄 여성국제전범법정 판결은 국제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일본에 의한 군대 성노예(Military Sexual Slavery by Japan)’사건으로 규정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전쟁 중 여성인권 유린 범죄가 60~70년 전의 지나간 일이 아니라 구 유고 내전 때나 아프리카 분쟁 지역에서 보듯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현재형임을 환기시켰다.
일본 정부가 한국인 피해자 보상 문제는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과 1965년 한일협정으로 이미 끝났다는 입장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어 사과와 배상이라는 현실적 문제의 해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수요 시위가 위안부 문제를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 고발하고 부각시킨 공로는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에 비추어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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