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 비서실장 출신의 최측근으로 ‘李의 남자’로 불리던 이기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의 ‘고졸 신화’가 43일만에 막을 내렸다.
지방 교육청의 9급 말단 공무원으로 시작해 교육부 차관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경력은 3ㆍ1절 골프 모임의 거센 후폭풍에 사라졌다.
그의 사퇴는 예견돼 있었다. 골프 모임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데다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이상 더 이상 버틸 명분이 없었다. 그는 이날 오후 2시 정부 중앙청사 대회의실에서 가진 이임식에서도 ‘李의 남자’임을 거듭 확인시켰다.
굳은 표정으로 나타난 그는 이임사에서 “본인의 사려 깊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과 교육가족에게 염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고 운을 뗐다. “교육부를 ‘사랑 받고 강한 부처’로 만들 생각을 했다”며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부 최단명 차관’의 짧은 소회는 이것이 끝이었다. 이어진 10여분 동안의 이임사는 이 총리 찬사로 가득 찼다. “비리와 의혹이라는 용어는 총리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청렴하고 올곧은 분”, “총리를 존경하며 (총리는) 애국자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자신의 이임식을 총리 홍보 이벤트로 만든 그는 “솔직히 말해 (골프 모임 관련)여러 차례의 총리 일정은 내가 판단해 결정했다. 교육부 여러분 사랑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떠났다. 이임식을 지켜본 한 교육부 직원은 “총리에 대한 죄스러움이 너무 강한 탓인지 ‘오버’를 한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10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한 공무원”이라는 극찬을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추진력과 실천력”이라는 칭송으로 되갚으면서 그는 40년 공직 생활은 마감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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