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미군기지 재편에 관한 최종 협상을 진행중인 미일 정부가 오키나와(沖繩) 미 해병대의 괌 이전 경비 분담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15일 지난 주 하와이에서 열린 미일 외무ㆍ방위 심의관급 협의회에서 총 100억 달러(약 9,700억원)의 괌 이전 비용을 책정, 이중 75%를 일본이 부담토록 일본측에 제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달 열린 협의회에서 제시한 80억 달러보다 20억 달러나 늘어난 것으로 협상의 새로운 불씨로 떠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해병대의 괌 이전은 일본이 미국에 요청한 것”이라며 일본의 부담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 관계자는 또 “괌 이전은 오키나와 후텐마(普天間) 비행장의 오키나와 내부 이전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2012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일본 정부는 ‘이전 경비 총액 80억 달러’와 ‘일본 부담 40%’를 미국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60%는 국제협력은행을 통한 융자 등으로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은 또 오키나와 중남부의 미군기지 시설 4곳 가운데 나하(那覇) 군항 등 3곳의 전면 반환과 즈파란(瑞慶覽) 기지의 일부 반환을 요구, 미국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결국 지난 주 협의회에서 양국 간에는 ‘이전경비 100억 달러 대 80억 달러, 분담률 75% 대 40%’라는 메우기 힘든 간극이 노출돼 일본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양국 정부는 주말에 재개될 외무ㆍ방위 심의관급 협의회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3월 말 최종 보고를 작성한다는 기지재편 협상 일정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기지재편의 골격인 중간 보고를 발표했던 양국 정부는 그 동안 구체적 실행방법 등에 관해 협의해 왔다. 그러나 초점인 오키나와를 비롯해 기지재편과 관련된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갈수록 심해지는 등 일본 정부는 갈수록 국민 설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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