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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이 경쟁력이다] <9> 상생경영의 원조 한화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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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이 경쟁력이다] <9> 상생경영의 원조 한화그룹

입력
2006.03.1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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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봐요. 전혀 냄새가 안나죠.”

14일 경기 파주시 문발공단내 ㈜GMP의 열접착 코팅(서멀 라미네이팅ㆍ열을 가하면서 각종 포장지의 표면에 필름을 입혀 코팅 처리하는 기법) 필름 및 필름접착기계 생산공장. 김양평(59) 사장이 코팅된 책 표지를 한화석유화학㈜ 윤종화(48) 부장에게 들어 보이며 “인체에 해로운 접착제를 전혀 쓰지 않는 완전 무공해 필름입니다.

빛깔도 투명하고 촉감도 좋습니다”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신제품을 자랑한다. 필름의 원료인 EVA(합성수지의 일종)를 공급하는 한화석화의 윤 부장이 “합성수지의 특성을 잘 살린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한화석화와 GMP의 인연은 17년전인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 필름 원료를 수입하던 김 사장은 서울 을지로 사무실에 인접한 한화석화측에 원료의 국산화 가능여부를 타진했다.

그 동안 EVA를 신발제작용으로 쓰던 한화석화측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격은 일제의 절반에 불과하면서도 품질은 더 좋은 ‘필름용 EVA’를 세계 최초로 내놓았다. 관건은 정말로 이 원료를 코팅 필름용으로 쓸수 있을지 여부였다.

이 때부터 두 업체는 4개월간 밤을 지새며 연구를 거듭한 끝에 EVA를 코팅필름에 경제성 있게 적용하는 기법을 고안하는데 성공했다. GMP는 한화석화의 원료공급과 기술지도에 힘입어 국내외 시장에서 승승장구, 94년에는 코스닥 시장에 등록했다. 지난해 매출 650여억원을 올린 이 업체는 현재 전세계 필름접착기계 시장의 61%(주문자생산방식 포함), 필름시장은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2001년 기술력만 믿고 자금을 빌려 무리한 설비확장을 했다가 매출이 줄면서 위기를 맞았다. 산업은행의 200억원 금융지원으로 큰 고비를 넘겼지만, 한화측의 도움도 컸다.

자칫 물건값마저 떼일 수 있는 상황인데도, 흔들림없이 제품을 대주고 어음만기도 늦춰준 것. 김윤식(45) 관리본부장은 “산업은행 지원금 이외에도 돈이 더 필요했지만, 한화측이 어음 만기를 1개월에서 4개월로 연장해줘 한숨 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발제조 기계를 생산하는 ㈜고려자동화는 98년 생활폐기물 연료화(RDF)기술을 개발, 지방 자치단체들을 상대로 판매에 나섰지만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의 속성상 쉽지 않았다.

이때 재활용 분야에 관심을 쏟던 한화건설이 기술적 가능성만을 보고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했다. 고려자동화는 기계설비 제작을 맡고, 한화건설은 공장건설을 하기로 의기투합했다. 5년여 동안 여러 지자체의 문을 두드렸지만 재활용시설에 관한 법규의 미비로 계약성사는 잘 이뤄지지 않았다.

드디어 지난해 9월 외국기술을 도입한 경쟁사를 제치고 원주시 생활폐기물 연료화 사업(규모 109억원)을 수주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예상했던 적정 수주 금액(150억원)보다 훨씬 액수가 적었던 것. 하지만 이 분야의 국내 첫 공장이고, 다른 지자체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신념아래 두 회사는 공평하게 어려움을 분담했다.

고려자동화의 이하백(52) 전무는 “한화는 당장 자기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한번 맺은 인연을 계속 이어간다는 차원에서 중소기업을 많이 배려해 준다”며 “앞으로도 한화와 사업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상생경영의 원조는 한화그룹일지 모른다. 54년 역사의 한화는 그룹 3대 사시 가운데 하나로 ‘의리’를 내세울 만큼 협력업체나 하청업체를 한가족처럼 여기는 전통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협력업체를 위한 지원사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화는 중소협력업체의 자금난해소를 위해 선급금 지원제도와 품질혁신, 기술지도를 병행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주요 협력업체인 소매점주를 대상으로 무료 상해보험을 가입해 주고 있다.

특히 한화유통이 91년부터 전남 강진군과 자매결연을 맺고 펼치는 ‘강진맥우(康津麥牛)사업’은 유통업계의 대표적 상생사례로 꼽힌다. 한약재와 맥주보리 발효 막걸리를 먹인 청정한우 300~400여두를 연간 공급받아 자사의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을 통해 판매하는 사업이다. 그룹의 31개 계열사 가운데 1등을 하는 곳은 많지 않지만, 각 분야별로 많은 ‘우군’이 있는 것도 이 같은 경영철학 덕분이다.

그룹의 장일형 부사장은 “‘의리’라는 말이 다소 낯설게 들릴지는 몰라도, 신의와 신용을 바탕으로 서로 본분을 다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상호 윈윈(Win-Win)하자는 개념”이라며 “이는 순수 경제적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고, 그룹경영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 협력업체 GMP 김양평 사장

“한화석유화학 제품보다 가격이 싼 업체도 많지만 우리는 한화 것만 씁니다.”

김양평 GMP사장은 “필름사업을 시작할 때도, 경제적 어려움에 빠졌을 때도 한화는 늘 곁에서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신의를 지켜준 만큼 저희도 신의로 보답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가 보유한 57개의 기술 특허권 가운데 상당수를 스스로 고안해 낼 정도로 신기술 개발에 열심인 그가 전하는 한화의 상생경영은 크게 세가지. 기술지원, 장기적인 거래, 약자 배려의 3박자가 맞물려 돌아간다는 것.

특히 이 가운데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기술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김 사장은 강조했다. 이 회사가 보유한 40개의 필름특허 가운데 10개는 한화의 기술지원으로 이뤄졌다. 그는 “새 기계를 설치할 때면 한화연구소의 박사들이 며칠씩 밤을 새며 기계의 상태를 조율해 준다”며 “신제품을 개발할 때도 이들과 늘 상의를 하고 있어, 한화계열사도 아닌데 한화석화 연구소를 저의 연구소처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와 함께 “한화가 세계 최초로 EVA(합성수지의 일종으로 필름제작 원료)를 생산했을 때 GMP뿐 아니라 다른 업체에도 공급해 줄 수 있었지만 오로지 GMP에게만 원료를 줬고, 이 것을 17년간 계속해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한화는 단지 의리 때문에 이러는 것일까. “그 부분도 있지만 다른 여러 곳의 판매루트를 개척하기 보다는 저희 한 곳을 확실히 키워 판매를 늘리는 전략인 것 같다”는 게 김 사장의 분석.

한화로부터 연간 5,000톤(약 90억원)의 원료를 공급받는 이 회사는 전세계 40개국에 대리점을 두고 100여개국에 제품을 판매, 세계 필름 및 필름접착 기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 무공해 친환경 필름을 개발, 돌풍을 일으켰다”며 “조만간 항균 필름을 내놓아 새로 세계시장의 강자로 우뚝 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 사회공헌 활발 청소년 정서함양에 초점

한화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은 다채로우면서도 섬세하다. 단순히 인적ㆍ물적 지원활동에 그치지 않고 교향악 축제 등 문화예술지원 프로그램과 연계되도록 하고, 금전적 지원의 경우 자원봉사활동이 늘 함께 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임직원의 호응도 높다. 약 1만7,000명의 임직원 가운데 72%가 계열사별로 자원봉사단에 소속돼 연간 12시간 가량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한화의 사회공헌 활동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곳은 미래의 주역인 아동이나 청소년들. 2003년부터 3년간 전국의 90여개 공부방에 대한 자원봉사 활동을 한데 이어 올해부터 장애ㆍ비장애 아동 통합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장애아동에 대한 성공적 사회적응을 돕기 위한 이 프로그램에는 그룹의 전국 48개 사업장 3,000여명(연인원)의 임직원이 참여, 50여개 장애ㆍ비장애 아동복지시설을 돌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또 해마다 봄이 되면 복지시설의 아동 및 장애 아동을 초청, 그룹이 후원하는 예술의 전당 ‘교향악 축제’를 관람토록 배려, 이들의 정서적 성장도 돕고 있다. 매년 3만부의 점자 달력을 제작, 시각 장애인들에게 나눠주고, 국내 대기업으로는 최초로 2004년부터 시각 장애인용 홈페이지를 제작해 운영하고 있고 있다.

한화건설과 한화종합화학에서는 사랑의 집수리 운동을 통해 저소득층 가정의 주거환경 개선사업도 해주고 있다. 한화그룹 사회공헌팀 이준하 부장은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참여, 청소년들을 상대로 문화를 통한 정서함양과 세상을 바르게 사는 안목을 키워주는 인성교육에 포인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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