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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총리 경질은 잘 짜여진 한편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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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총리 경질은 잘 짜여진 한편의 드라마?

입력
2006.03.1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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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4일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의 면담에서 이해찬 총리 경질을 결심한 것으로 보도됐지만 사실은 귀국 전에 이미 마음을 굳힌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정 의장도 이미 노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중 이 같은 의중을 확인했다고 한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날 “노 대통령이 이 총리를 유임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한 때는 내기골프 파문이 터진 10일이었다”면서 “국내 상황을 정리해 보고한 한 측근에게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의사를 넌지시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0일 저녁에는 이 총리와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 강봉균 정책위의장,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모였다”면서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사퇴가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회의 분위기도 노 대통령에 전달됐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에 민심 동향을 전달하고 결심을 받아낸 측근이 누구인지에 대해선 이 관계자가 함구했으나 복수의 당직자들은 당 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광재 의원이라고 밝혔다.

정 의장이 노 대통령에 당 의견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쉽지않아 애를 태울 때 이 의원이 메신저 역할을 했다고 한 당직자가 전했다. 이 당직자는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김두관 최고위원도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았는데 이 의원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고 했다. 물론 청와대 상황실의 동향 보고도 노 대통령이 결심을 굳히는데 중요한 참고사항이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귀국한 직후 이 총리의 사의표명에 가타부타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은 이 총리를 예우하고 정 의장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밟기 위해서 였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 정 의장이 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지방선거를 앞세워 승부를 걸었다는 해석을 내놓았으나 이는 지나친 추리라는 게 속사정을 아는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정 의장은 노 대통령의 의중을 읽었기 때문에 이 총리 사퇴 불가피론 외에도 후임 총리 인선 기준과 향후 정국상황, 지방선거 대책 등도 광범위하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다.

면담 전후의 상황을 살펴보면 이런 정황을 읽을 수 있다. 정 의장은 대외일정을 취소하고 국회에서 민병두ㆍ박영선 의원 등과 면담자료를 준비했다. 브리핑으로 기자들을 따돌린 우상호 대변인은 뒤늦게 합류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 의중을 확인했기 때문인지 한미야구 경기를 TV로 보는 등 대책회의의 긴박감은 별로 없었다고 한다.

면담이후 우 대변인이 말한 “정 의장이 (노 대통령에게) 국민의 대지위에 따뜻한 봄 햇살을 비추고 입을 맞춰야 한다고 전달했다” 는 내용의 발표문도 면담 이후가 아니라 이때 이미 정리가 됐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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