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말 임기가 끝나는 박 승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임기 마지막 강연에서 재벌정책과 부동산, 교육, 양극화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해 평소 소신을 작심하고 쏟아냈다.
박 총재는 이날 39년째 살고 있는 서울 은평구 구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과거 재벌들이 부채에 의존에 양적으로 팽창하던 시기에는 출자총액제한제나 금융과 산업의 분리 원칙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이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재벌이 과다한 금융권 차입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하던 시대가 끝난 이상,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이런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는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사상 최대 이익을 누리고 있는 기업의 소득이 가계 소득으로 흘러가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투자를 증진시켜야 하고 외국 자본에 대한 국내 자본의 역차별 문제도 해결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도 개방주의자의 소신을 분명히 했다. 박 총재는 “양극화 문제는 한국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2차 구조조정을 끝내야 해결될 수 있을 것이고 5년이 걸릴 지, 10년이 걸릴 지 알 수 없다”며 “국민 개개인 차원에서는 고통스럽겠지만 국가적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할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스크린쿼터(국산영화 상영 의무일수) 축소 방침은 정말 잘한 일이고, 앞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은 계속해서 맺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건설교통부 장관을 역임했던 박 총재는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보다 강한 어조로 해법을 제시했다. 서울 강북 개발을 통해 강북을 ‘강남화’시키고, 교육문제도 해결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총재는 “강남 등 일부 지역에 한정된 집값 상승은 경제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로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송탄ㆍ김포ㆍ파주 신도시 건설 등 지금의 공급 확대 대책은 구멍 뚫린 독에 물 붓는 식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방에서 서울로, 서울도 강북에서 강남으로 옮기는 수요가 계속되는 한 매년 신도시를 건설해야 할 것”이라며 “강북의 열악한 주거 지역을 철거하고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적합한 고급주택을 공급해서 강북을 강남보다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강북 공영개발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주민 동의비율을 3분의 2 이상에서 51% 이상으로 낮추고, 보상비도 주민 동의와 동시에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강북 개발의 해법까지 내놓았다.
또 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박 총재는 “강남에 대한 주택 수요는 결국 교육 수요”라며 “내신 반영 비율을 최소 50% 이상 하는 대학에 대해서만 정부가 지원을 해주고, 서울시를 단일학군으로 하는 고교 추첨제를 통해 평준화 틀 속에서 학생에게 학교 선택권을 주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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