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의 남자’만 대박이 아니다. 책에서도 ‘대박’이 나왔다. ‘마법천자문’ 만화시리즈(아울북 펴냄)가 판매 500만부를 돌파했다. 순수 국내 아동창작물로는 최초이며, 성인도서까지 포함한 국내 창작물로도 2000년 이후 최다, 역대 4위에 올랐다.
더구나 이 기록은 출판 시작 불과 2년여(최단기 기록) 만에, 그것도 아직 전체 20권 중 절반인 10권만 나온 상황에서 세운 것이어서 더욱 놀랍다. 2003년 11월 1권을 선보인 후 3, 4개월마다 후속 편을 내놓고 있는 ‘마법천자문’은 새로운 독자를 끌어들이며 매월 평균 20만부 가까이 팔리고 있으며, 특히 후속편이 나오는 달(보통 3개월에 한번씩)에는 그 숫자가 30만까지 치솟고 있다.
출판계는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권 모두 나오는 2008년 말에는 국내 최고인 이문열의 ‘삼국지’시리즈 1,500만부는 물론 2,000만부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법’이라도 부린 듯 ‘마법천자문’이 어린이와 부모들 사이에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 데에는 그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 5, 6세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책은 소재와 접근방식부터 달리했다.
어린이에게 친숙한 손오공을 캐릭터로 100% 스토리를 창작했고, 단순히 천자문을 나열해 그림으로 보여주는 것에서 탈피해 스토리와 만화 속에 아이들이 쉽게 접하는 20~40개 한자의 뜻과 음을 자연스럽게 녹여넣은 이미지 기법을 사용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선(線) 위주가 아닌 면(面) 위주의 3차원 만화를 채택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인기 비결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역시 ‘재미’. 이를 위해 ‘마법천자문’은 어린 아이들이 싫어하는 ‘이성적 접근법’이 아닌 ‘감성에 호소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익숙한 손오공의 현대적 이미지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판타지인 마법으로 한국적 세계관을 다루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 끼워 주는 별도의 한자카드로 마법게임까지 할 수 있어 아이들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즐거움까지 주고 있다. 이미지와 게임방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학습효과까지 거두는 이른바 놀이와 교육의 결합인 ‘에듀테인먼트’의 대표적 성공사례이다.
“폭력이나 거친 언어가 없다”는 것도 인기 이유의 하나이다. “아이가 아무리 좋아해도 다른 만화책들처럼 폭력적이고 욕설이 나온다면 사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부모들이 많다. 이 책을 읽고 아이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반응도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아이가 한자를 어렵지 않게 생각한다.” “언어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졌다” 외에 “인성까지 좋아진다”고 극찬하는 부모들의 글이 올라있다.
‘마법천자문’의 대박 행진은 이미 예고가 됐었다. 출판 이듬해인 2004년 이미 만화로는 처음 삼성경제연구소 선정 10대 히트상품에 선정됐고,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선정 ‘청소년 권장도서’로 뽑혔다.
이 책을 기획한 아울북의 김진철 상무는 “만화책은 보통 6개월이면 출판이 되는데 이 시리즈는 기획에서 첫 출판까지 무려 1년6개월이 걸렸다”며 “결국 ‘대박’은 독창적 아이디어와 철저한 준비, 제작과정에서 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대현 대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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